Lunch Set 11:30 AM - 2:00 PM 베이글 택 1종+스프레드 3종(3oz)+수란+아메리카노
한 가지 세트라 하기에는 사실 매우 다양하다. 베이글 12가지 중 1가지, 스프레드 18가지 중 3가지, 뜨아/아아 중 1가지. 12×18!/(15!*3!)×2= 총 19,584 가지의 조합이 가능한 상황.
19,584
2만에 가까운 경우를 모두 도전해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세상에서 갈 수 있는 카페가 이 집 밖에 없고, 카페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무한한 시간과 돈이 주어진다 해도... 경험, 정확히는 예전에 먹어봤거나 보고 들은 것에 따라 생긴 자신의 선호에 따라 고르지 않을까?
나는 먹는 것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편이다. 말이 빅데이터지, 직접 코딩하고 분석한다기보다는 네이버, 카카오, 인스타그램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추천하는 크림치즈 스프레드를 택한다. 음...이 집은 바질&토마토, 복숭아, 쪽파 3개가 골고루 언급되네. 가보자고~!
그러고 보니 쪽파로만 만든 스프레드인데, 이름부터 달달하고 확신의 안정권인 오레오, 복숭아, 로투스보다 왜 인기가 많을까? 자신 있게 바질&토마토, 복숭아까지 이야기하고, '쪽파'를 내뱉기 전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는 내게 점원이 "혹시 맛보고 싶은 것 있으실까요?"라고 물어온다.
출처 : cletvelle 인스타그램
맛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맛을 보세요!
쪽파 스프레드는 생각보다 촉촉하고 짭조름하다. 그렇게 나는 크림치즈스프레드 3종과 최애 어니언 베이글, 뜨거운 아메리카노라는 조합으로 결제를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개인적인 선호이지만) 바질&토마토 > 쪽파 > 복숭아 순으로 만족스러웠다. 가장 성공적이거나 평타 이상을 예상한, 복숭아. 분명히 달달하고 베스트셀러라 하지만, 내가 택한 어니언베이글의 양파양파함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 플레인 베이글에 복숭아 알맹이였으면 당연히 맛도리였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다수가 좋다 하고, 달고 맛나는 크림치즈라 해도 내가 이미 갖고 있는 베이글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아니겠구나.
또, 다수가 참 맛있다 했고, 티스푼 하나만큼 미리 맛보았을 때 튀는 맛은 없지만, 은근한 맛이 나서 고른 쪽파는 오히려 어니언과 만나니 맛이 조화를 이루어서 더 맛있어졌구나.
어니언 베이글은 플레인 베이글보다 은근한 풍미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희소한 베이글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이런 베이글 전문 카페뿐 아니라,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 같은 대형몰에서도 벌크로 팔 정도로 대중적인 베이글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이 어니언 베이글이란 "맥락"이 생기고 없고에 따라 맛난 건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어느덧 사회에 나온 지 몇 년 되다 보니, 별로 튀고 싶지 않고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해지는 INFP이다. 하지만 아무리 둥글둥글 살아가고 있다해도 사회초년생처럼 흰 도화지는 아니게 되었다. 나름 나만의 패턴이 은근하게는 생긴 것. 그렇다 보니 일의 종류에 있어서도 시너지가 나는 것, 나의 성향에 맞지 않는 것이 느껴지게 된다. 특히 달달하고 자극적인, 이목을 확 끄는 직군보다는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의 꾸준히 찾는 쪽파 같은 ㅡ 조직 내 윤활유 같은 업무가 잘 맞는구나 싶다.
분명히 커버 사진이나 제목이나 먹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갑자기 인생 이야기라니..INFP는 어쩔 수 없다.
여기까지 읽어준 고마운 독자분들을 위해 이 베이글 카페에서 겪은 5가지 조합 중 인상 깊었던 조합사진을 남기고 마무리하기로 한다.(소시지베이글 / 쪽파, 바질&토마토, 카라멜 로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