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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라리며느리 Sep 15. 2020

전세사기로 전재산 날린 부부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내 인생에서 최대 위기는 전세사기로 전재산을 날렸을 때였다. 우리 부부가 결혼하고 4년째 되던 해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현실세계에 내가 존재하지 않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그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 힘든 현실 속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게 아직도 놀랍다. 평소에 감정적인 내가 이렇게도 이성적일 수 있구나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했고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나갔다. 결국은 돈 한 푼 건지지 못하고 전세금을 다 날렸지만. 도망간 집주인은 구속되고 실형을 살았다.


가끔 남편과 그때를 생각하며 대화를 나눈다. 주로 그 사건으로 무얼 배웠고 깨달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직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상처가 많이 아물었음을 느낀다. 그 일을 겪으면서 우린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우리가 그런 일을 겪고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살아가면서 알 수 있었다. 조던 피터슨이 말하는 열두 번째 법칙인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를 읽으며 그때가 다시 생각났다. 난 어떻게 그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있었는지, 만약 이 책을 그때 읽을 수 있었면 어떻게 했을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족 중에 누가 돌아가시거나 아프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하자.


전세금을 다 날리고 남편이 나에게 한 말이다. 우린 그 상황에도 어떻게든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 건강을 잃은 것보다 돈을 잃은 게 백배 낫다며 남편은 나를 위로했다. 본인을 위로하는 말도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난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서로 원망하며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하며 긍정적인 말만을 쏟아냈다. 살아가는데 비싼 레슨비를 치렀다고 생각하자며 더 열심히 살기를 다짐했다.


삶이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삶을 증오하고 경멸하면 삶 자체가 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이런 증오와 경멸은 삶의 비극에 맞서는 자세가 아니다. 어떤 선한 의지도 담겨 있지 않다. 오직 고통을 위한 고통을 만들어 내겠다는 욕망만 있을 뿐이다. 이런 욕망이 악의 정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p. 478


최소한 우리는 삶을 증오하고 경멸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하필 우리에게 일어났는지 원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일어난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오히려 다시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들이 우리 부부가 믿어지지 않은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은 우리가 역경을 나름대로 잘 견뎌왔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돈은 잃었지만 아이를 얻었다.



결혼을 하고 5년 만에 첫 아이가 생겼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어렵게 찾아와 준 아이로 우리 부부는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난 남편에게 아이와 전세금을 바꿨다고 생각하자고 했다. 아이를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생각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이를 키우면 돈도 많이 들겠지만 남편과 나는 우선 너무 멀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눈앞에 보이는 일들만 생각하고 일단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상황이 순조롭게 돌아가면 다음 달이나 다음 해에 뭘 할지 계획을 세우고, 5년 뒤나 10년 뒤 맞이할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도 있다. 그러나 악어에게 다리를 물린 순간에는 미래에 대한 계획은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인생의 힘든 순간을 겨우 지나오면서 내가 터득한 비결 하나는 시간 단위를 아주 짧게 끊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주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면 우선 내일만 생각하고, 내일도 너무 걱정된다면 1시간만 생각한다. 1시간도 생각할 수 없는 처지라면 10분, 5분, 아니 1분만 생각한다.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강인하다. 지금 눈앞에 놓인 문제를 마주할 용기만 낸다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견딜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걸 막을 수 있다. p. 485


 당장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했고, 아이를 키울 수 있음에 감사했으며 아이가 건강함에 감사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원래도 긍정적이긴 했지만 사소한 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작은 것에도 기뻐할 줄 알고 없는 것보다 있는 것에 집중하며 살게 되었다.




저자도 딸이 아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보통 인생에서 견디기 힘든 일이 생기면 일상이 무너지기 마련인데 본인만의 노하우로 상황을 잘 극복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딸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나름대로 긍정의 힘으로 잘 극복하며 살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천국과 지옥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있다. 뭐든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어디서 본 '매일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말과 이번 챕터의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는 법칙이 연결되는 듯하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나는 이미 알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무리 안 좋은 날이라도 주의를 기울이면 그런 작은 기쁨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 귀여운 여자아이가 발레복을 입고 길에서 춤추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정성껏 내린 향긋한 커피를 맛볼 수도 있다. 찾아보면 기분 좋은 행운은 얼마든지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10~20분을 보내도 좋다. 그렇게 고단한 삶을 잠시 잊고 긴장을 풀 수 있다. 나는 <심슨 가족>을 1.5배 속도로 보는 걸 좋아한다. 아무 생각 없이 낄낄거리다 보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길을 걷다가 고양이와 마주치면, 존재의 경이로움이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보상해 준다는 것을 잠시나마 떠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p. 488



*30일 동안 매일매일 한 챕터씩 읽고 서평 쓰기 도전 Day 28


참고도서 <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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