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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라리며느리 Oct 18. 2020

아들아, 리틀 헨리가 되어주면 안 되겠니?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읽은 폴리매스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폴리매스를 읽었음을 기억하시길 바라며 지나친 엄마의 사심이 드러날 수 있음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엄마, 창의 수학이랑 영어 학원 다니고 싶어"

"그래? 그러고 싶어? 근데 지금 학교 다니면서 피아노 학원이랑 댄스 학원 다니는 것도 힘들지 않아?

"아니, 하나도 안 힘들어. 할 수 있어. 다른 학원도 보내줘요~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것부터 제대로 하고 생각해보자"

"힝~ 싫은데.. 바로 내일부터 다니고 싶은데..ㅠㅠ"

"OO 마음은 알겠는데 당장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아빠랑 한번 의논해보자, 알겠지?"


불과 며칠 전에 9살 아들과 나눈 대화다. 아들뿐 아니라 7살인 딸도 배우고 싶은 거 투성이다. 다른 아이들은 학원을 보내줘도 싫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다 배우고 싶어 하니 다행인 마음이 들다가도 걱정이 앞선다. 아들에게 이야기했듯이 우선 지금 하는 거라도 제대로 하고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면 아이가 지칠 것 같기도 하고 이도 저도 안될 것 같은 마음이 가장 컸다. 음악과 춤 방면으로는 워낙 관심이 많고 재능을 보이는 것 같아 본인이 원하기도 해서 제대로 가르쳐보자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가 다재다능한 뮤지션이 되길 바라는 엄마의 사심도 들어가 있다. 결혼을 하기 전부터 자녀가 있다면 음악 쪽으로 재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가 춤과 음악에 재능을 보인다?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훌륭한 뮤지션이나 댄서가 되어 사람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에 피아노와 댄스를 집중적으로 가르쳐 보자 결심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와카스 아메드의 '폴리 매스'라는 책을 읽고 한 우물만 열심히 파게 해보자는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아이가 원할 때 이것저것 다 경험하게 해 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기울어졌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3377021?OzSrank=1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여태 가지고 있던 '한 우물을 파면 성공한다'는 전문화에 대한 사고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우물만 파다가는 그 우물에 빠져 허우적 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러 책을 읽고 다양한 강연을 듣고 보면서 한 가지만 잘해서는 안 되는 세상으로 변했고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는 N 잡러의 시대가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프로 N 잡러로 아이들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우게 되었다. 이 책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를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선생님으로서의 내 역할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폴리매스는 어떤 사람들인가?


폴리매스 :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전인적 차원에서 최적의 능력을 발휘하며 자아를 실현한다. 이런 사람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평생 살기를 거부하고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여러 분야에서(생각이나 행동 혹은 둘 모두를 통해, 동시에 다양한 능력을 혹은 순차적으로 다양하게) 재능을 발휘하는 경향을 보인다. p. 26


분야를 넘나드는 출중한 재능이 폴리매스가 되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런 특출난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인간이야말로 다양한 잠재력을 타고나며 모두 폴리매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폴리매스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폴리매스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해야 옳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괴테, 슈바이처, 아인슈타인, 벤자민 플랭클린 등 과거의 수많은 폴리매스들을 예를 들어 언급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도 불구하고 왜 아직 우리는 '한 우물만 파라'고 말하는 전문화를 숭배하고 있는지, 왜 전문가가 아닌 폴리매스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 꽤 흥미로웠다.


전문화만이 답이라는 생각은 미신이다



누가 우리에게 한 가지 분야만 선택하도록 강요하는가? 부모, 교육기관, 고용주, 정부, 사회 시스템 자체가 그렇다. 우리 사회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파편화와 초전문화를 영구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경제학의 '보이지 않는 손'과 마찬가지로 전문가 시스템을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자들이 이를 장려하고 유지하면서 이 미신은 생명력을 얻었다. 이런 맥락에서 초전문화는 하나의 이념이 되었고 '세상일을 처리하는 단 하나의 방식'으로 대중에게 전파되었다. 낡아빠진 이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또 무슨 이유로 초전문화 사회가 되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p. 151


요즘 유튜브나 SNS 광고, 쇼핑 등을 보면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이것만 보면 참 효율적인 추천 시스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광고주들의 고도의 전략에 우리가 걸려드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우리가 남기는 활동은 나도 모르게 분류되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도 온 세상과 연결되는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한 틀 속에 우리도 모르게 갇히고 있는 것이다. 연관 검색어라는 기능이 편리하긴 하지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고객 분석을 위한 빅데이터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 이용당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잘 활용하며 살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도한 경쟁 문화야말로 분업을 촉진하고 전문가를 숭배하는 미신을 퍼뜨린 주범이다. 경쟁에 기반한 문화는 서로 자기의 생각을 '교류하기'보다 배타적으로 '방어하는' 태도를 부추겼고 결과적으로 전문가 시스템은 더욱 공고화되었다. p. 176


왜 폴리매스로 살아야 하는가?



명쾌하게 규정할 수 있는 일자리들은 자동화에 대체될 위험이 크고, 규정하기 힘든 일자리들은 기계로부터 안전한 편이다. 폴리매스는 후자에 해당하는 일을 처리한다. 샌드버그에 따르면 폴리매스가 미래에 중요한 까닭은 기계가 "쉽게 해독할 수 없는 일들을 해결하는 데 능통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런 일자리들을 창출하는 일에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p. 187


이렇듯 우리는 '생존'을 위해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계로 대체 가능한 무능하고 값비싼 존재가 되는 대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때 우리는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투자를 할 때도 분산 투자를 해야 하듯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다수의 경력을 쌓는 것이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한 가지 직업에만 인생을 건다면 그만큼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폴리매스에게는 잠재된 '자기'를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개성을 찾는 과정은 곧 자아에 집중하는 과정이다. 즉 '자아실현'을 위해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방면에 뛰어난 폴리매스는 스스로 학습하는 독학자로서 삶을 살면서 자신의 잠재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렇게 자아를 실현하게 된다.


무엇보다 폴리매스가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으니 삶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한마디로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연결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간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폴리매스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의 정신을 좀먹고 인간의 경험을 제약하는 전문화 시스템에서 벗어나려면 사고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폴리매스를 찾는 지도가 필요하다. 이 지도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음 여섯 가지다.


1. 개성 :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
2. 호기심 : 경계를 짓지 않고 중단 없이 탐구하는 능력
3. 지능 : 다양한 자질을 배양하고, 연습하고, 최적화하는 능력
4. 다재다능함 :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넘나드는 능력
5. 창의성 : 서로 무관해 보이는 영역들을 연결하고 종합해 창의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능력
6. 통합 : 다양한 지식의 갈래들을 통합해 '전체'를 그리는 능력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통합하는 감각, 다재다능한 기술, 연결하는 능력, 일정 수준의 지능, 순간순간의 창의성, 호기심, 남과 구별되는 자신의 개성에 대한 '인식'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러한 자질을 발견하고 활성화할 때 우리 안에 잠든 폴리매스가 깨어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각 자질을 융합해 의식과 사고방식, 세계관을 재정립한다면 폴리매스의 삶을 시작할 든든한 기초를 놓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든 배운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폴리매스들이 대부분 독학으로 학문을 익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스승 없이 다양한 경로로 지식을 습득하고 혼자 배우기를 선호하는 사람, 즉 독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의 한계를 잘 알기에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관심사를 찾아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이야 말로 폴리매스로 가는 길이다.




개인적으로 만능 엔터테이너인 헨리를 좋아한다. 아들이 헨리 같은 뮤지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욕심인걸 알지만 다행히 아들도 헨리에게 관심이 많고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종종 말하기도 한다.(제가 강요하는 거 아니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e8MV7pXA5e0


우연히 이 영상을 보고 헨리에게 푹 빠졌었다. 멀티플레이어로 혼자 알아서 곡을 편곡하고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한동안 이 영상만 본 기억이 있다. 캐나다 국적인 헨리는 4개 국어에 능통하고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드럼은 물론이고 모든 현악기는 다 다룰 수 있다고 한다.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연기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드, 하키, 자전거, 수영 등 스포츠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요리도 수준급이다. 1인 기획사를 설립하여 본인이 기획사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헨리야 말로 내가 본 가장 부러운 폴리매스이다. 그가 우리 아이의 멘토이길 바라는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헨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엄마의 사심이 참 많이 드러나는 것 같지만 지금 아이의 관심사로 봤을 때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관심받는 걸 좋아하고 본인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성향과 지금 보여주는 재능을 봐서 이 분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싶다. 나중에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헨리와 같은 폴리매스로 키우려면 여러 방면에 노출을 시키고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


직업의 다각화를 위해 반드시 업종까지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분야에서만 전문성을 키우더라도 다양한 인지능력과 지능이 요구되는 직무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폴리매스의 자질을 발현할 수 있다. p. 367


예전에는 여러 방면에 능통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들을 만능 엔터테이너, 멀티 플레이어, 팔방미인,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일컬었지만 이제는 '폴리매스'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게 한 분야에 전문가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게 아닌, 다재다능하고 박식한 폴리매스로 키우기 위해 다방면으로 관심을 가지게 하고 경험할 수 있게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특히 경험을 다각화할수록 폴리매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p. 256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호기심을 인정하며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해도 열린 마음으로 아이를 봐주는 연습이 우선 나에게 필요하다. 아이가 일반적인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디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왜 우리 아이는 특이한 점이 많은지에 대해 이제 고민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다른 점이 많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우리 아이의 한계를 내가 정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나는 아이들이 일찌감치 드러낸 열정이나 재능을 격려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에 노출시키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p. 332


저자의 말처럼 아이가 일찌감치 보여준 열정과 재능을 응원하며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게 나와 남편이 해야 할 일이다.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폴리매스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나 또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 나부터 폴리매스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나 교육계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전문성의 늪에 빠지지 않고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폴리매스로 아이들을 많이 키워낼 수 있게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도서 <폴리매스> 와카스 아메트 지음 / 이주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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