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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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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Jan 13. 2022

죽여버리고 싶다고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살인을 부르는 층간소음

from pixabay

 코로나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상해 사건이 많이 늘어났다. 내가 층간소음 피해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나조차도 좀 시끄럽다고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다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얼마나 시끄럽게 굴었으면 가해자가 참 가엽다는 생각부터 들기 시작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을까. 댓글도 자기 위층도 죽여달라느니 오죽하면 그랬겠느니 죽어도 싸다느니 하는 댓글이 정말 많았다.

 층간소음은 정말 당해본 사람만 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가장 불쾌한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 그 고통. 수면이나 휴식이 방해받는 일상생활의 침해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층간 소음 피해자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대부분 증오나 분노의 정도가 굉장히 극단적인 상태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윗집의 층간소음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너무 힘들어하던 어느 날 아랫집에서 자꾸만 천장을 치기 시작했다. 조용히 누워 TV를 보던 중 왠 날벼락같은 소리가 쿵쿵쿵 거리는게 아닌가. 그 이후로도 몇 시간 동안 천장을 치셨다. 그러다 결국 올라오셨는데, 가만히 누워만 있었던 나에게 화를 내셨다. 주말이라 하루 종일 뛰는 윗집의 소음이 거기까지 내려갔나 싶어 저는 가만히 누워만 있었고 윗집이 오늘 하루 종일 시끄럽다 말씀드렸다. 그 순간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던 내 안의 증오와 분노가 터져 나와 버렸다. 나도 모르게 죽여버리고 싶다고 소리 내어 말해버렸다. 나는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린 것 같아 내가 너무 싫고 무서워졌다.

 그 일이 있고 얼마 뒤, 윗집의 윗집을 만나 소음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나는 저런 나쁜 생각들을 하고 살고 있다 고백했다.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송골송골 맺히더니 그만 울음이 터져버렸다. 아랫집 분이 나를 의심하는 것도 너무너무 억울하고, 저 한 가족 때문에 세 가족이 고통받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너무너무 억울했다.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까지 악한 사람이 되어가는 게 너무너무 억울했다. 그 순간 이웃분이 내 손을 꼭 잡고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괜찮다며 내 손을 꼭 잡고 한참을 서로 잘될 거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증오와 미움은 날아가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끈한 동지애 같은 것도 느껴졌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쁜 생각들을 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 싫으면서도 초라하고, 이런 생각들로 하루를 보내는 내 처지가 비참하면서도 억울할 것이다. 나는 심지어 윗집의 세 식구가 트럭에 치여서 길바닥에 잼처럼 발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버렸다. 내가 이런 고백을 하는 이유는 당신 혼자만이 이런 잔인한 생각과 증오를 품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해서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예민해서, 무언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살다보면 교통사고처럼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절대 우리가 예민하고 까탈스러워서 겪는 고통이 아니며 층간소음은 지속적인 가해 행위로 생각보다 아주 큰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했으면 좋겠다. 다음 글에서는 그동안 내가 했던 여러 가지 방안들에 대해서 적어볼 요량이다. 더불어 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한도에서 최대한 적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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