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최초의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박세은의 고군분투
Q. '표준'이라는 특권
발레단에 동양인은 저뿐이었어요.
서양인과 똑같은 모양으로 아이라인을 그려주는데
제 눈매에는 더 날카로워 보이는 거예요.
저들처럼 내 눈이 좀 더 컸으면, 이목구비가 더 입체적이었으면 하고 부러워하기도 했죠. 지금은 8~9명 정도 되는 극장 메이크업 팀 중에 제가 찾는 선생님이 따로 있어요. 제 취향을 잘 알고 저에게 맞는 화장을 해줘요.
Q. 발레 테크닉만 뛰어난 무용수?
어쨌든 테크닉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발레단 승급 시험에서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니까요.
시험에서는 1~2분, 짧을 땐 50초짜리 작품으로 평가받아요.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의 예술성을 어떻게 100% 선보이겠어요? 그러니 무용수로서는 테크닉이라도 확실히 입증하는 수밖에 없어요. 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춤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곳이에요.
Q. 에투알의 특권, 어떻게 누릴까?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건 저에게 주어지는 작품을 다 해보는 거예요.
예전엔 했던 작품을 더 잘하고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바뀌었어요. 갈수록 새로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요. 춤이란 춤은 다 좋아요. 모든 춤에 배움이 있고, 모든 안무가와의 시간이 의미 있어요. 그렇게 지루할 틈 없이 춤추고 싶어요.
이달 박세은은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로 첫 시즌을 맞는다. 첫 행보는 9월 24일 열리는 ‘데필레(défilé)’다. 3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시즌 개막 행사로, 파리 오페라 발레 학교의 학생부터 최고 등급인 에투알까지 200여 명의 무용수가 화려하게 행진한다. 박세은은 맞춤 제작된 왕관을 쓰고 갈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