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 시인의 <질문>과 함께
알듯말듯 아니아니 말듯말듯
"그러하므로," 시에게 묻는다.
나는 "당신이 궁금하다"
"나타나지도 않았고 사라지지도 않는*"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시인의 말)
그렇게 내게 머물러 있는
당신에게,
나는, 묻는다.
오늘 내게 찾아온 당신의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건지
나는 오늘도 시에게 묻는다.
오늘도
내게 찾아온 시를 마음대로 받아들인다.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그렇지만 내게 찾아온 시를. 알듯말듯 하다 끝내는 말듯말듯 해버리는 시. 유희경 시인의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시집 역시 그랬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시를 마주해 보지만 알 것 같은 말보다는 말 것 같은 말들이 많았다.
그렇게 넘겨가던 순간 <질문>을 받았다. 나 혼자만 시를 궁금해한 게 아니었구나. 시 역시 나를 궁금해했구나. 음악을 듣다 보면 마음속에 들어와 조용히 내려앉아 자꾸만 듣고 싶은 리듬이 있듯 <질문>은 그렇게 내 마음속에 내려앉았다. 나는 계속 시에게 <질문>하고 시는 계속 내게 질문한다.
아무것도 알 수 없어 안갯속을 헤매다 무언가 눈에 들어왔을 때의 기쁨과 놀라움이라고 해야 할까? 비록 내 마음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만들어낸 한 편의 시이지만, 안갯속 같았던 한 권의 시집 속에서 이렇게 내게 다가온 한 편의 시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비 온 뒤 길을 걷다 초록의 풀잎에 맺힌 물방울들을 만났을 때처럼 생긋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집을 펼쳐 안갯속으로 기꺼이 들어간다. 초록 잎사귀에 맺힌 방울방울의 물방울들을 마주하고는 생긋 미소 짓기 위하여. 그렇게 내 인생에 싱긋 미소 짓기 위하여.
- 유희경 -
수건이 필요하다
시간이 똑똑 떨어진다
반대편에도 생은 있다
타오르기에,
지구는 너무 촉촉하고
구름은 떨어지지 않으므로
망상이 구름을 밀고 간다
흘러가므로 늙는다
그러하므로,
당신이 궁금하다
창틀의 형식을 데리고 온
당신의 이름을 묻는다
혹시, 이름을 벗었는가
그게 처음이었는가
처음에 대한 질문이 곤란한가
그게 아닌가 역시,
시간은 똑똑 떨어지게 된다
반대편에도 생이 있기에
수건이 필요하여 걸리고
구름이 얼굴처럼 생겼다
당신이 젖었는지 웃었는지
그런 질문은 쓸모가 없다
당신은 생겨나는 물건이다
간혹, 눈을 뜬 채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