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끝, 그리고 2023년의 시작
기억은 선형이 아닌 점처럼 남는다고 한다. 순간, 순간으로 과거를 기억하는 거다.
12월 31일은 마음이 참 묘한 날이다.
(남편과 처음 만난 것도 12월 31일이었다!) 일 년 중 다른 날과 같은 하루, 지만 그날의 기억은 일 년 간격으로 남아있다.
줄곧 서울에서 살았지만 광화문으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간 적은 딱 한 번이었다. 대부분의 12월 31일에는 조용하게 보내고 싶었고, 그래서 늘 방바닥에 엎드려 이불을 덮고 노트에 뭔가 적으며 보냈다.
어떤 ‘의식’처럼 한해 기억 남는 일들을 적다 보면, 기억이 기억을 물고 온다.
더 중요한 의식은 다음 해는 어떻게 보내볼까,를 적는 것. 적었던 모든 일들이 다 이뤄지진 않았지만, 이뤄진 일 중 많은 일들은 노트에 적었던 것들이었다. 나는 손으로 쓰는 것의 끌어당김, 같은 힘을 견고하게 믿는 편이다. 이루고 싶은 것들을 그저 원하기만 하기보다, 소중한 곳에 잘 적어두면, 그것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방향을 잡게 되는 ‘원리’가 있다고 믿는다.
올핸 어쩜 이리 마음이 들떴는지, 그런 의식이랑 미뤄두고 마구 흐트러지고 싶지만,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12월 31일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떠밀리듯 남편과 의식을 시작했다, 올해의 서로를 다독였고, 새해의 서로에 귀 기울였다, 크게 변할 것이 없어 보이는 내일이지만, 지금보다 나아질 새해를 믿는다, 내년은 그저 건강히 꾸준히
지금의 하루하루 처럼 해나가고 싶다,
멋지게 나의 40대를 시작한 2022년이었다, 마음가짐을 바뀌니 많은 게 변한 한 해였다, 진취적이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보겠다 다짐했었다, 화장실에 포스트잇으로 다짐을 적어 붙여두기도 했었다, 신기했다, 그런 식상한 조언들을 직접 했을 때에 생겨나는 변화들에, 감화됐다.
이 새로운 한 해에 배운 것들을 잊을 수 없을 거다, 그것들에 감사하고, 그걸 해봐 준 나에게 고마워하며, 새해에도 어른으로 살아야지! 경제적 자유라는 마지막 조각을 이제야 목표에 채워 넣는다, 그리고 건강하게 몸을 지켜내야지,
헌데
요즘 고민은 더 크고 먼 지점에 내가 살고 싶은 모습, 올 한 해 그 구체적인 그림을 보다 채색할 수 있길 바라본다.
*모두 건강하고 평안한 날들이 더 많은 2023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해피 뉴 이얼,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