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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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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n 08. 2024

성덕일지..커피리브레 파란점


연남동에 커피리브레 파란점이 오늘 오픈을 했다. 개점 시간에 맞춰 가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창 밖이 어둑어둑하고 비가 쏟아진다. 갑자기 행동이 굼떠지면서 느린 템포의 음악을 찾아 틀어놓는다. 침대로 다시 기어들어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금 누우면 "파란점"에 오늘 안에 갈 수가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빠른 곡으로 음악을 바꿔본다.

ootd로 데님 블라우스와 청바지를 고르고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가려고 여름용 페이크 싹스를 꺼냈다. 샤워는 건너뛰고 머리만 속도를 내서 감고, 젖은 머리를 질끈 고무줄로 묶어 올린 후에 한두 번의 붓 터치로 화장을 마쳤다. 강풍과 약풍을 섞어 드라이기로 대충 머리 스타일링을 하고 서둘러서 집에서 나왔다.


아직 축축한 공기가 느껴지는 연남동에는 토요일 오전인데도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성별의 구분이 없이 톡톡 튀는 패션의 젊은 사람들을 보니 내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


길 찾기 앱에 눈을 고정시키고 커피리브레 파란점을 찾아 나섰다.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카페 건물 앞에서부터 사진을 찍으며 들어갔다. 지하 일층, 일층, 1.5층, 2층으로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다.

일층에는 커피 바가 있고, 1.5층에는 staff only라고 쓰인 커피 Lab실 앞에 직사각형의 큰 테이블이 있다. 바깥 공기가 시원하게 들어오는 1.5층 테이블에 혼자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카라히요, 파나마 알티에리 게이샤를 주문하니 개업떡과 RTD 커피를 감사 선물로 얹어줬다. 한참 사진을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었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셨어요"


고개를 들어보니 서필훈 대표님이다. 나는 자동 반사로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드렸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사가 오가고 서대표님은 잠시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셨다. 감사하게도 갑자기 Lab실을 구경시켜 주시겠다고 하셨다. 네 대의 샘플 로스터를 보여주시면서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다면) 5kg짜리 두 대는 잘 안 쓰시고, 100g짜리 프로밧(probat) 샘플 로스터를 주로 쓰신다고 하셨다. 산지에서 보내주는 생두 샘플양이 적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Lab실 밖으로 나와서 작별 인사를 하는 서대표님께 "카라히요"의 알콜 덕분인지 나는 대담하게 기념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리고 또 "카라히요" 때문에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


오늘 나는 성덕이 되었다.


커피리브레 파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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