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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n 13. 2024

바쁜데.. 즐겁다


이번 주부터 새로 가게 된 두 학교는 각각 차로 30분,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우리 집을 기준점으로 반경 15km 내에는 학교에 학생들이 별로 없다. 전교생이 200명 전후로 한 학년에 두 반 내지 세 반 밖에 없다. 반경 25km가 넘어가야 우후죽순으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에 둘러싸인 학교들이 나오고, 전교생도 두 배 이상이 된다.


전임 강사와 원어민 강사, 업체 대표와의 소통 부재로 2분기는 더 적은 학생수가 수강 신청을 했다. 내가 이들과 각각 몇 차례 통화를 해 보니, 각자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누구 말이 진실이던지와 상관없이 나는 다음 분기에 수강생 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원어민과의 릴레이식 진도 나가기', '웹 싸이트에서 학생들 각각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만들어서 가정에서 듣기숙제 해오게 만들기', '듣기숙제 검사 시 스티커를 부여해서 분기말에 각 반 일등에게 만원 상당의 학생이 원하는 선물 증정'을 내걸었다. 물론 업체 대표에게 비용을 청구하기로 약속을 받았다. 그래봐야 두 학교 다섯 반이니 총 5만 원이다.


아이들인지라 ‘만원 상당의 원하는 선물 증정’은 꽤 구미가 당기는 것처럼 보였다. 매일 듣기숙제 해도 되느냐, 스티커 동점자가 나오면 어떡하냐 등등 벌써부터 법썩을 떤다. 5학년들도 점잖은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기대감이 큰 것처럼 보였다. 특히 오늘 갔던 학교의 고급반 4, 5학년들은 어른스럽고. 예의 바르고, 내가 가르치려면 수업준비를 더 꼼꼼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귀여운 녀석들..이대로 쭉 잘 크길 바란다'


공개수업 기간에 사진 전시회를 준비하라고 하니 미리 전송해 놨던 사진들과 우드락을 코디네이터 선생님한테서 받아 들고 집으로 왔다.

현관에 들어서는데 신발을 벗는 내 발이 가볍다.

'응.. 뭐지?'

잠깐 생각해 보니 오늘 오전에 남편이 베트남 출장을 갔다.

거실 슬리퍼를 신는데 웃음이 배시시 입가에 번진다.


굳이 집에서 밥을 먹겠다고 꾸역꾸역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한테 밥 차려달라고 하고는 소파에 누워서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남편이다. 젊었을 때 한참 육아에 도움이 필요했을 시기에는 밤마다 밖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느라 세월을 흘려보내더니, 이제는 꼬박꼬박 집밥을 챙겨 드시겠다고 한다.

이거는 애정도 아니고 어찌 보면 '돈 버는 유세' 플러스 '밖에서는 이제 먹을만한 게 없어서'라고 밖에 풀이가 안된다.


주말에 남편이 나랑 안 놀아 준다고 삐지면서도 남편 출장 갔다고 이리 가벼운 몸과 마음을 느끼는 나의 이중적인 모습이 나는 참 이해가 잘 된다.

피곤하니 보리비빔밥 시켜 먹고 놀아야겠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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