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되었다. 아직 한 학교의 오전 수업이 월요일, 금요일에 있기는 하지만, 1년을 또 이렇게 학교 강사로 일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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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떨어지니 집에서 늘어져 있는 게 일상이 되었다. 오늘은 아침에 운동을 가겠다고 롱패딩까지 챙겨 입고 집을 나섰지만, 얼굴과 귀가 시리다 못해 귓속이 아파서 가던 길을 되돌아왔다. 방한용 귀마개를 사야 운동을 갈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운동을 못 가는 101가지 이유가 되겠다.
집에 들어와서 내방 보일러를 다시 켜고, 온풍기를 회전시키고, 전기장판을 뜨뜻하게 데워 이불속에서 몸을 녹였다. 에스프레소를 뽑아서 따뜻한 카페라떼도 한잔 만들어 마셨다.
유튜브 실시간 뉴스를 검색해서 보면서 시국이 빨리 정리가 되어야 경제도 주식시장도 안정이 될 텐데, 장기전이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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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은 시간부터는 집안일에 집중을 했다. 건조기에 한가득 들어있는, 이틀을 방치한 빨래들을 꺼내와서 개키고, 각 소유인의 서랍 안에 넣어줬다. 세상에 빨래 개키는 일만큼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이 있을까 싶다. 아마 “설거지”와 우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을 거다.
그동안 나 혼자서 저녁 식사를 할 때가 많아서 일인용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었다. 이게 더 싸고,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논리였지만, 이제 딸아이가 집에 왔으니 집밥에 진심을 다할 타이밍이 되었다.
저녁메뉴로 차돌박이 알배추 된장국, 들기름에 볶은 신김치, 명란젓을 품은 두툼한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조리도구까지 씻고 주방 정리를 했더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버렸다. 허리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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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을 쓴 유영광 작가의 삶에 관한 영상을 봤다. 파란만장한 인생의 절망 끝에 작가가 된 이야기, 뭐든지 이루고 싶은 것은 종이에 글로 적으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였다.
책상 앞에 앉아 사부작거리는 걸 좋아하는 나는 작은 스프링 노트를 꺼냈다. 딸아이 방에서 굴러다니던 오래된 새 노트를 챙겨놨었는데, 지금 꺼내보니 표지 그림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마다 아껴 쓰는 포인트가 다 다르듯이 나는 노트를 아껴 쓰기에 그냥 쓰기로 한다.
표지에 “소원노트”라고 적었다.
첫 페이지에 날짜를 적고 내가 바라는 바를 쭉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갔다.
딸아이 건강 : 끼니 잘 챙겨주기, 집밥 먹이기
남편 건강 : ”
내 건강 챙기기 : 상반기에 6kg 빼기, 야식 끊기, 3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 건강검진받기
글쓰기
강사직업 유지하기--->그만두면 카페 운영하기
책 읽기 : 다양하게 읽기
영어공부 : 회화앱, 유튜브 활용
경제공부, 주식 수익 극대화, 예적금 늘리기
아빠, 엄마에게 자주 연락하고 찾아뵙기
언니랑 페이스톡 자주 하기
친구들 3개월에 한 번씩 만나기
나영 언니,현지 언니,가을 언니 연락하고 만나기
찬우 엄마, 지연 엄마 관계 유지하기
옷 안 사기.
몇 번 읽어보니 의지가 다져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친김에 “매월 체중 기록표”를 만들었다. 체중계와 연동되는 앱이 있기는 하지만, 종이에 적어야 한눈에 수치를 비교하기가 더 나을 것 같았다. 인쇄를 하고 앱에 기록된 1월달 수치를 표에 기입했다. 한 달에 1kg씩만 빼면 되니까 부담도 압박도 없다. 게다가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이래서 종이에 글로 적으라는 거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들도 새해 소원노트 쓰시고 바라는 바 이루시길 빕니다. 을사년 새해에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