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게 일상이 돼버린 요즘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 감기 기운이 좀 '나아졌다가 말다'를 반복하면서 집안에만 머물러 있게 되었다. 따뜻한 바깥 날씨와는 달리 실내 공기는 여전히 서늘했다.
밤마다 틀어 놓는 전기요를 잠시 꺼둔 날 새벽에 한기가 들더니 재채기를 연거푸 열댓 번을 하고,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병원 갈 기운도 없어서 집 앞 상가 약국에서 콧물 감기약만 사 먹고 말았더니 목도 아프고, 기침도 나고, 머리도 띵하게 되고,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나왔다. 우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생리현상이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니 목이 잠겨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고 몸은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가 감기로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겠다 싶어서 택시를 타고 내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은 증상을 상세하게 듣고 하루에 네 번 먹는 약을 처방해 주었고, 내 요청에 따라 수액도 맞게 해줬다. 수액을 맞는 이십여 분 동안에도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그제부터 꼬박 이틀을 약을 챙겨 먹으며 침대에서 나오질 못 했다. 오늘 새벽에서야 몸이 가벼워지면서 다섯 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거실 창문을 열고 베란다에 나가자 짙은 풀 나무 냄새가 비 온 뒤의 축축한 공기와 함께 들이닥쳤다. 그 순간 들숨과 함께 잠이 확 깨면서 강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맑아졌다.
안개가 자욱한 산을 바라보며 이곳은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박 사일 동안 반찬은 배달시키고, 딸아이 학원 라이딩도 못 해주고, 별이는 더벅머리가 되어 눈 한쪽이 털에 가려져 있었다. 밥 하고, 반찬 만들고, 청소하는 주부의 역할이 기다리고 있지만, 아프기 전과는 다르게 가족들의 일상을 별 탈 없이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나에게 있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