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일곱 번째 주제.
1.
카페.. 다들 최소 한 가지씩은 할 얘기들이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한테서 제일 많이 듣는 얘기는 “언젠가 내 건물 또는 적어도 내 상가에서 카페를 하고 싶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북카페를 해보고 싶다고도 말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카페 공화국이 아니던가. 한 건물에 서너 개씩 카페가 들어서 있고,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들의 피 흘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개인 카페가 살아남기란.. 굳이 말을 더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푹 빠져있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시장은 레드오션 중에서도 이익을 내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분야다. 소비자층이 일반 커피에 비해서 그리 두텁지도 않고, 가격도 비싼 편이어서 일부 매니아(mania)들만이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페 및 커피 회사 운영자들, 그리고 로스터(roaster)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일차원적으로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팔고 싶고, 대중들이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어서.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겠다.
2.
<From seed to cup>, 커피가 씨앗에서 시작해서 한 잔의 커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문구다.
이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커피 산업의 피라미드 제일 밑바닥층을 구성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농부들(소농과 부농 모두 포함하나 역시 바닥을 깔아주는 건 소농이 되겠다)의 커피나무 재배(planting), 수확(harvesting), 가공(processing), 수출(exporting)이 생산국에서 이루어진다. 소비국에서는 보통 수입(importing), 로스팅(roasting), 커피 추출(extracting)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그래도 큰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생산국에서는 부농과 수출업자, 소비국에서는 수입업자, 도매업자 정도 될 것이다.
최근에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표방하던, 듣기 좋고 말하기도 모양새 있었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실질적인 action을 통해, 철학 정신을 현실화하려는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행해지고 있다.
아마도 실질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커피 산업 자체가 붕괴될 만큼의 위기감이 느껴졌기에,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실현되게끔 노력하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까 말이다.
기후 변화로 커피 재배지는 점점 더 축소되면서 고품질의 커피는 경작이 어려운 해발 2,000미터 이상의 고지대로 이동이 되고 있고, 수확을 담당하는 체리 피커들의 열악한 지불(payment) 조건으로 인해 커피 수확 자체가 어려운 지경이 되어 버렸다.
제어가 거의 불가능한 기후 변화는 일단 차치하고서, 농장주들은 체리 피커들의 임금 인상과 더불어 헬스 케어(health care)와 연금 등을 국가가 시스템으로 보장하게끔 정부와 논의하고, 이 시스템을 농장주들이 개런티(guarantee)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예시) Colombia의 Azahar coffee 회사의 the pickers project
온전한 커피 한잔을 위해 이러한 노력들이 생산국에서 행해지고 있다.
3.
그럼 소비국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을 때, 나의 일차원적인 대답은 아이러니하게도 수입업자는 더 비싸게 커피 생두를 사 와야 되고, 카페 소비자들은 조금 더 비싼 금액으로 커피를 사서 마셔야 된다는 것이다.
더 많은 현금이 생산국의 농부들에게로 흘러 들어가야 위에서 언급한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테니까 말이다.
내가 말해 놓고도 얼마나 비합리적인 소비를 제안하고 있는 것인가? 하하.
그래서 지속가능성 수업을 해주신 SCA AST 선생님이 이거 어렵다고 했었구나..
이제 정말 글이 산으로 가고 있다.
아 나의 이 아쉬운 필력이여..
지속가능성은 서로 돕고 사는 우리의 "상생"과도 그 모습이 닮아있다. 네가 살아야 나도 살고, 내가 살아야 너도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동화 속에 나오는 환상의 세상(fancy world)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기본적인 의식주 욕구는 해결하면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비단 커피 생산국의 어려운 사람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최빈층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해 놓자는 것이다. 누가 아는가? 우리 중에 누구라도 어느 날 갑자기 최빈층으로 내려가게 되었을 때, 최소한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복지의 혜택을 받게 될지.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