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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기세상 Feb 27. 2024

31살의 늦깎이 신입사원

OO항공 운항관리사가 되다

5. 운항통제센터(OCC)


2008년 12월 1일, 길고 긴 군복무를 끝내고 2013년 3월 4일 OO항공에 운항관리직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전역을 하자마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4년간 인고의 시간 끝에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그렇다고 4년 간이 나에게는 공백으로 남아있지는 않다. 가만히 앉아 허송세월만 보내는 성격이 아닌 나는 전역 후 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2년간 다녀왔으며 다시 항공사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2군데의 회사를 더 거치고 항공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4년간 마음 고생했던 시간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12년 전 운항통제실(OCC)에 첫 출근을 했을 때 기분은 신임 하사로 MCRC로 첫 출근 했을 때와는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군에서 첫 발을 내딛을 때는 막연한 두려움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걱정, 근심이 가득했지만 열정적인 20대를 거치고 31살의 나이에 신입사원이 된 나는 다시 20대로 돌아간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군에서 보던 거대한 스크린과 수많은 항적, 통신장비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몇 대의 TV 스크린에는 항공기 스케줄과 기상데이터, 날씨, 실제 운항하고 있는 항공기들의 운항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좁은 사무실 안에는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선배 운항관리사들과 실장님의 얼굴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통제실 상황으로 엄숙하고 긴장감 넘치는 표정들이었다.



최선임으로 보이는 선배는 운항통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모습으로 분주했고, 그 앞에는 다른 선임은 비행계획서 작성을 위해 기상과 Notam을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일 막내로 보이는 선배는 통신장비를 이용해 조종사와 무선 교신을 하며 무언가를 끄적끄적 기록하고 있었고 그의 책상 위에는 여러 의 무전기(워키토키)에서 현장 근무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항공기상, Flightradar, 수속현황 등을 확인 할 수 있는 모니터
운항관리사로 근무하던 당시 운항통제실 모습


신입사원인 나는 비행감시를 하는 곳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그 자리에는 동시에 많은 업무를 해야 하는 높은 집중도를 요하는 자리였다. 정말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자리가 아닌가 싶은 정도였다. 모든 시스템과 장비, 업무가 낯설었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고 지금 그 자리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행복한 어색함 들었다.



"운항통제, 김포출발! OOOO 편 5E 승객이 공황장애 증상으로 하기를 원해 하기 진행 중입니다."


김포지점 출발 현장에서 여객지원을 담당하는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워키토기에서 흘러나왔다. 모든 승객이 탑승완료 하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도중 공황장애를 가진 승객의 자발적 하기에 의한 출발 지연이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기내 탑승후 하기를 하게 되면 하기사유 파악 및 보안검사등 다소 복잡한 하기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지연은 불가피하다. 이런 예측하지 못한 지연은 결국 항공기의 연결 편 지연으로 이어지고 많은 승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가끔 자발적 하기를 원하는 승객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본인이 비행기를 탑승하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 왜 비행기에 탑승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의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거나 힘들어하는 승객들도 존재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만 그들에겐 쉽지 않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OO항공사의 운항통제실에서 햇병아리 운항관리사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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