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운항 고도에 따른 상층풍의 세기에 따라 연료소모량이 달라지기도 하고 이착륙 공항의 시정, 바람세기, 운고(구름의 높이) 등의 기상상황에 따라 운항이 결정되거나 스케줄이 변경되기도 한다. 그래서 실시간 비행감시의 업무를 맡은 비행감시(Flight Watch) 근무자는 특히 한시라도 각 공항의 기상모니터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계절적 영향에 따라 항공기의 운항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상요소들은 조종사와 운항관리사들에게 매년 힘든 시간을 안겨준다. 봄에는 황사와 공항 인근 안개 발생으로 인한 저시정, 여름에는 태풍과 장마전선으로 인한 악기상 종합세트, 가을에도 드문드문 찾아오는 태풍, 겨울에는 폭설과 공항인근 국지적 지형에 의해 불어대는 강한 바람으로 사계절 내내 마음 편할 날이 며칠 없는 직업이 운항관리사이다.
저시정으로 활주로가 거의 보이지 않는 야간 접근 모습
한 번은 돌아오는 운항편의 기장으로부터 무선교신이 들어왔다. 목적지 공항의 안개로 인해 시정이 착륙제한치 이하로 떨어져 있는 상태로 30분 홀딩하며 지켜보다가 호전되지 않을 시 비행계획서대로 회항공항으로 회항하겠다는 계획을 알려왔다. 조용하던 사무실의 분위기가 엄숙해지며 회항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주변 선배들의 업무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가야 할 비행기가 교체공항으로 회항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통제부서에서 회항에 필요한 조치들을 신속히 해줘야 된다.
회항에 따른 해당편의 시스템 반영, 유관부서에 회항 통보, 공항 관계부서 전파, 재운항 여부 결정, 해당 항공기의 이후 운항 편에 대한 스케줄 조정, 비행계획서 재작성등 회항으로 인한 업무 부담은 갑자기 늘어나게 되어 짧은 시간 내 긴장감과 몰입도가 최고조로 올라간다. 이 날은 결국 기상 상황이 도와주지 않아 교체공항으로 회항시켜야 하는 경험을 맞이했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여러 공항들이 있고 그 공항들 간의 거리도 짧아서 목적지 공항 기상이 안 좋으면 그 인근 공항의 기상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만약 김해에 착륙 예정이었던 항공기가 기상으로 인해 인근 공항이 아닌 김포공항까지 회항하는 경우도 있다. 김해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승객이 김포로 가게 되면 당연히 승객들은 큰 동요가 일어난다. 기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승객들은 승무원과 지점 직원들에게 클레임을 거는 경우도 자주 있다.
통상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기상이 호전되면 재급유 진행 후 다시 목적지 공항으로 재운항 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기상이 호전되지 않을 시 승객들을 버스를 통해 지원해주기도 한다. 승객 입장에서는 기상 사유든 정비사유든 내가 탄 비행기가 다른 공항에 내려주고 버스로 태워준다고 하면 참 억울할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항공사 운송약관 상 기상조건,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 등의 상황으로 운항 스케줄의 변경될 시 미사용 항공권에 대한 환불 이외의 책임은 제외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정말 어쩔 수 없는 케이스가 바로 기상 사유이다.
신입 운항관리사로 겪은 항공기 회항 사건은 비정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수업이 되었다. 출근하는 날은 항상 항공기상청의 전국 공항날씨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은 이때부터 생겼다. 지금은 운항관리사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항공기를 이용할 계획이 있으면 지금도 기상 확인은 빠트리지 않고 체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