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와 조업사에 근무하면서 교대근무를 오래 했지만 운항관리사의 직업 역시 교대근무는 피해 갈 수 없는 직업이었다. 24시간 항공기를 통제해야 되는 부서이다 보니 3교대 근무를 해야 했다. 오전, 오후, 야간, 비번으로 골고루 섞인 한 달 치 나의 스케줄을 받아 들 때면 어떤 선임과 근무를 하는지, 어떤 근무 시간대가 많이 배정됐는지 기대반 걱정반으로 스케줄을 확인하곤 했다.
오전근무가 있는 날이면 오전 5시 핸드폰 알람소리가 나를 깨웠다. 운항관리사가 되고 나서부터는 출근 전 공항 기상과 Flightradar24를 통해 우리 항공기들이 제대로 복귀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간단히 세수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올라 곧장 회사로 향했다. 간밤에 야간 정비에 들어간 항공기들은 오전 첫 비행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를 최우선으로 확인하고 국내 공항들의 기상을 다시 한번 확인을 한다. 현재 기상(MET), 앞으로의 예보(TAF), NOTAM등을 확인하고 새벽 근무자와 근무 교대를 마치면 오전 근무 준비가 모두 끝난다.
비행계획과 비행감시가 일상인 운항통제 업무
나는 정말 오전 근무를 싫어했다. 평소 잠이 많아 새벽 기상을 정말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오전 근무가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기는 좋았으나 오후 근무가 나에게는 더 잘 맞는 근무 시간 대였던 것 같다. 오후 근무는 마지막 비행이 종료되면 보고서 정리까지 끝낸 후 퇴근을 했는데 밤 11시 퇴근 후 나는 종종 오늘도 무사히 비정상 없이 근무를 마친 보상으로 맥주 한잔을 하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야간근무는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오전 근무자가 출근 후 교대를 완료할 때까지 근무를 맡는데 주 업무는 돌아오는 항공기와 다음날 첫 비행편들의 비행계획을 담당하는 것이다. 비록 야간 근무가 잠을 이겨내고 밤새 근무를 해야 해서 쉬운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나는 야간 근무도 좋아했다. 새벽 복귀편들에 대한 비행계획을 마치고 오후 근무자들이 퇴근한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에는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잠시 갖는 여유도 부릴 수 있기에 가끔은 내가 얼마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치열하게 살아왔나 생각하며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근무를 하고 일과 시간에 잠을 자거나 휴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교대근무자들의 생활패턴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패턴이 맞지 않아 힘들어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일과 개인의 시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근무 조건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입사 후 2년간은 이 근무 패턴을 최대한 잘 활용하며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야간근무 후 다음날 받는 비번과 휴일을 붙여서 3박 4일간 아내와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올 수 있었던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교대근무 스케줄을 활용해 대만, 카오슝, 씨엠립, 일본등 부담없는 여행을 즐겼던 신혼시절
우리는 파이어족이 되지 않는 이상 특정 조직에 속해 우리의 시간을 바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으며 살아가야 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있었다. 운항관리사가 꿈이자 성취하고 싶은 분야였기에 도전했고 그 꿈을 이곳에서 이루었다. 하지만 아무리 하고 싶은 분야라 할지라도 남의 밑에서 나와 맞지 않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게 마냥 행복한 삶은 아니었다. 첫 아이가 생기고 와이프와 아이를 모두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정상 상황 발생과 일정하지 않는 근무 패턴은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당시 근무 환경에서 가족을 더 챙기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곳을 찾기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