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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건달 Jul 27. 2024

땀이 비가 오듯 쏟아지는 밤길입니다

건달사진일기-2024


정말 한바가지라는 말이 실감날정도로, 땀이 주룩주룩 비로 내린다. 사당에서 인생 선배님들과 해신탕으로 몸보신을 하고, 거기에서 마포까지 걸어갔다. 해도 없는 밤이었으면서, 색깔만 검은 듯 온 세상은 폭염과 태양으로 가득하다. 태풍은 지나갔나? 살펴보니, 글쎄 태풍 이름이 ‘열대 폭염 개미’란다.


태풍 매미에 이은 개미란다


엊그제 ‘거제’에 다녀왔는데, 섬 투어 중에 섬 이름이 ‘매미섬’이라고 있다. 매미를 닮았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지난 2003년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 폭풍, 매미가 그 섬을 초토화시킨 후, 재건 과정 중에서 매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요거, 내가 찍은 매미섬 사진.

그냥 봐서는 저게 왜 매미섬? 하겠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태풍으로 섬 한쪽이 갈려서, 사진에서처럼 수십년에 걸쳐 섬 벽을 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미섬이라고 하네


사당에서 겨우 이수를 지나왔는데도 덥다. 앞으로 동작대교도 건너야 하고 한강변도 한참을 걸어야 하는데, 이놈의 해신탕을 바케스로 먹었더니 뒤룩뒤룩이다. 난 걸어서 이 뒤룩뒤룩을 없애야겠다는 일념으로, 더위를 뚫고 계속 걸었다.


동작대교 위에 올라서니 몇몇 사진 찍는 사람들도 보이고, ‘헐! 이 폭염에 결혼사진을 찍나?’ 한 여성이 신부옷차림으로 여러 스태프에 둘러싸여 옷매무시를 고르고 있다.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인데, 갑자기 비라도 쏟아지면 어쩌나? 하고, 그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 걱정을 나 혼자 하고 있다. 게다가 밤이잖아? 야경? 그래, 동작대교에서 바라본 저기 저 여의도 전경은 희끄무리하면서도 불빛에 밝아 몽롱한 감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나마 걷고 있는데, 뛰어 오는 아저씨도 보인다. 그는 지금 온몸에 폭우가 쏟아질 거야. 나는 겨우 이슬비정도이겠지. 차라리 폭우가 나을 수도 있겠다. 잠시 다리 위에서라도 뛸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나는 마포까지 걸어가야 하니까.


동작대교를 지나 한강고수부지로 빠져나온다. 오랜만에 이촌 한강변을 따라 마포를 가나보다. 뛰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밤길은 밝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 방송을 청취한다. 논어 이야기이다. 그중에 한 구절이 머리에 박힌다.

강학(講學)!


아나운서의 지긋한 목로리로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고, 그는 ’우리 모두가 인생 후반부를 빛낼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무언가를 학습을 통해 만들어가라고. ‘그게 어째 내 머릿속에 박혔을까잉~’ 생각해 보니, 내 인생 지론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꾸준함이 주는 대단함!


그래. 이렇게 걷는 것도 그렇고, 글 쓰는 것도 그렇고. 한 10년 계속하다 보면 이것도 나만의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두 시간 넘게 통화로 수다 중이고, 딸은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다. 세상은 이렇게 오늘도 일상이고 평온이다.


- 끝


<Mapogundal’s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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