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건달 시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포건달 Aug 01. 2024

No 86, 청평에서

미친(美親)녀석: 내 스무날의 고독과 사랑 이야기


가만히 눈 기울이고 앉아있으면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네

내가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한

산 새

소리를 담아와서는

 ‘ 이 소리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오 ’

하며

내 심장의 귓바퀴를 맴돌고 있네

가만히 눈 기울이고 앉아있으면

강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네

옛 땅

전설의 숨소리를 지우지 못하고

어디서 흘러 왔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이리저리 부딪치며 인연을 빚고 있는

작은 돌들의 이야기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삶의 진실로 다가와

가슴을 엮어주고는 한다네

성하지 않은 나무의자의 삐걱거림이

나의 등뒤에서 소곤거리는 재미는,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진실들이 다가오는 소리는,

눈 기울이고 쉬어가는 자의 소설이 되어간다네

입맞춤이 되어간다네


1996년 作
매거진의 이전글 No 43, 가을이 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