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美親)녀석: 내 스무날의 고독과 사랑 이야기
가만히 눈 기울이고 앉아있으면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네
내가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한
산 새
소리를 담아와서는
‘ 이 소리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오 ’
하며
내 심장의 귓바퀴를 맴돌고 있네
가만히 눈 기울이고 앉아있으면
강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네
옛 땅
전설의 숨소리를 지우지 못하고
어디서 흘러 왔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이리저리 부딪치며 인연을 빚고 있는
작은 돌들의 이야기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삶의 진실로 다가와
가슴을 엮어주고는 한다네
성하지 않은 나무의자의 삐걱거림이
나의 등뒤에서 소곤거리는 재미는,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진실들이 다가오는 소리는,
눈 기울이고 쉬어가는 자의 소설이 되어간다네
입맞춤이 되어간다네
1996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