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형외과 신한솔 Mar 15. 2022

'키(신장)'에 관한 고찰

정형외과의 관점에서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말이 한 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적이 있다. (지금 찾아보니 것도 13년 전의 일이다.) 의대 본과생은 세속과 단절되어 살기 십상인지라, 의대 본과생이 알 정도의 이슈면 정말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저때만 하더라도 공중파의 파급력은 지금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던 시절인지라, 생방송도 아닌 메이저 방송사 프로에서 나온 저 워딩은 당연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키를 비롯하여, 외모에 관심이 많다. 기본적으로 단일 민족으로,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던 문화에서 이방인의 존재는 눈에 띄었고, 남들과는 다른 외모에 대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키는 모든 외모 중에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가장 바꾸기 힘든 부분이다. 비단 성형 수술이 아니더라도 화장이나, 운동으로 외모의 많은 부분을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지만 키는 예외다. 깔창으로 높일 수 있는 키도 얼마 되지 않으며, 실내에서는 신발을 벗는 우리의 문화상 키는 단순히 좀 커 보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러한 키에 대한 관심은 결국, 키 크는 한약, 키 크는 영양제, 키 크는 운동, 키 크는 체조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성장판 마사지 기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의학 연구 중에 많은 부분이 Cross-sectional study,  횡단적 단면 연구이다. 이 연구는 longtudinal study, 종단적 연구에 비하여 data를 수집하는 기간을 짧게 가져갈 수 있고 윤리적인 문제에서 좀 더 자유롭다. 하지만 이런 횡단적 단면 연구의 단점이 선후 관계 및 원인과 결과 관계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여성 무릎 관절염 환자들에 거 오다리가 많다는 연구 결과로 오다리가 있어서 관절염이 생긴 건지, 관절염이 있어서 다리가 오다리로 변한 건지 알 수 없다는 거다. 


    이를 키에 적용하면 농구 선수가 키가 크다고 해서, 농구를 해서 키가 큰 건지, 키 큰 사람들이 농구를 한 건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과관계의 오류를 교묘한 활용한 마케팅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데, 부모님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우리 옆집에는 그거 먹고, 그 센터 다니고 키 컸다는데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일단 한 두 케이스로는 효과를 말할 수가 없고, 오비이락, 그냥 클 키가 큰 건데 타이밍이 맞았을 뿐이다. 키가 작은 아이들 중에 상당수가 실제로 키가 작은 게 아니라 뼈 나이가 지연된 경우가 많다. 아이는 만으로 10살 11살쯤 되었는데, 뼈 나이는 만으로 7-8살 정도인 것이다. 뼈 나이가 만으로 7-8살이란 이야기는 이 이아이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앞으로 이루어질 성장 패턴이 만으로 7-8살 아이들과 같다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은 만으로 7-8살 친구들이랑 키를 비교해야 한다. 동갑 친구들보다 3-4년 뒤에 키가 크고 더 오랫동안 키가 클 예정이니 이런 친구들은 최종 키가 작지 않다. 이런 친구들이 소위 군대 가서 키 큰다고 하는 친구들이다. 


    한 번은 다른 병원에서 예측키가 작다고 하여 왔다는 환자가 내원하였는데, 알고 보니 병원이 아닌 몰 하는지 모르겠는 운동시설 같은 기관이었다. (천성이 오지라퍼 인지라 이런 환자가 오면 그 병원이 어딘지 다 찾아본다.) 다만 오너는 가운을 입고 찍은 사진으로 광고를 하고 있었고, 충분히 의료기관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 


    우리 아들도 키가 작다. 이성적으로 앞에서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사실 걱정이 된다. 얼마 전에 유치원에서 받은 사진에서 우리 아이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친구를 보고 선생님한테 저 친구는 같은 6살이 맞냐는 어이없는 질문까지 던졌다. 우리 아들은 어디서 들었나 엄마 나는 숏다리야?라는 소리도 한다. 하지만 나의 걱정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고 해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가끔 100만 원이 넘는 성장판 자극 기계 등의 광고나 몇 백만 원씩 하는 성장 프로그램을 보면 저런 돈을 모아다가, 작디작은 우리 아들, 키가 크게 상관없는 나라로 유학이라도 보내 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것이 알고 싶다, 스테로이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