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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외과 신한솔 Jul 06. 2022

엄마의 손 - 수근관 증후군

    수근관 증후군은 엄마의 손이라는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질환 중 하나이다. 남자에 비해 여자에게 호발 하는 질환으로 중년 여성의 손이 저리고 통증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환 중 하나이다.


    수근관 증후군은 영어로 carpal tunnel syndrome이라고 하는데, 해석하자면 손목에 있는 터널 모양의 구조물에 오는 질환이다. (제 자신이 한자 교육을 잘 받지 못한 세대인지라, 한자로 되어있는 병명 보다 영어 병명이 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서 영어 병명을 가능한 함께 병기하려 노력합니다.)


출처: https://my.clevelandclinic.org/health/diseases/4005-carpal-tunnel-syndrome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손목보다 조금 더 손가락 쪽 손바닥 부근에, 수근관이라고 하는 구조물이 있다. 아래쪽은 아치 모양처럼 뼈들이 맞물려 있고, 위쪽에 인대(transverse carpal ligament)가 있으면서, 우측 아래의 작은 사진 같이 생긴, 정말 터널 같은 구조물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터널 안에는 9개의 힘줄과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힘줄은 우리가 등심을 먹을 때 보이는 떡심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사람 손가락의 힘줄은 그만큼 두껍진 않지만 단단하고 질긴 정도가 그 정도쯤 된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신경은 말랑 말랑하다. 일일이 근육 사이를 손질하지 않는 통닭을 생각해 보면, 닭다리 뼈 부근에 질긴 힘줄 같은 부분은 본 적이 있으실 테지만, 신경은 보신 적이 없으실 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살이라 말하는 피부나 근육 조직 보다도 약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해부학적 구조를 다 알지 않는 한 관찰이 거의 불가능하다. 터널 안의 공간이 좁아지게 되면 여러 구조물 중 가장 연약한 신경이 눌리게 된다. 터널이 좁아지는 경우는, 안에 있는 힘줄들이 두꺼워지는 경우와, 우측 아래 상자 안의 그림에서 터널을 천장 역할을 하는, transverse carpal ligament가 두꺼워지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럼 어떤 경우에 힘줄이나 인대가 두꺼워 질까? 손목을 과도하게 꺾거나, 손가락을 구부리는 근육들을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했을 때 악화된다. 손목을 과도하게 쓰면서 반복적으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이 결국 우리네 명절에서 열심히 전을 부치고, 설거지를 하고, 반죽을 하는 동작들인지라, 명절만 되면,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오는 냥 기사가 나온다. 


    수근관 증후군의 증상으로는 손이 저리고. 밤에 손이 아파서 자다 깨며, 손의 저린감이나 통증이 새끼손가락 쪽에는 오지 않고, 증상이 심해지면 손가락에 힘이 빠진다. 예전에는 수근관 증후군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근육 위축이 올 정도가 되어 내원하시는 환자분들도 있었지만, 다행히 요즘에는 그런 경우가 많이 줄었다. 


    치료로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증상이 발현된 지 얼마 안 됐을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보존적 치료에는 보조기, 손목 주사, 체외충격파 등이 있다. 신경은 손상을 입으면 잘 회복되지 않는 구조임으로, 증상이 심하거나, 보존적 치료에 반응이 없을 시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실제 환자분들께 설명할 때마다 그리는 그림이라 조악한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환자분들께 수술 설명을 드릴 때 자주 그리는 그림이다. 비어있는 빨간색이 기존 인대고, 이 인대를 검은 화살표 모양으로 절단하여 벌려서 색칠한 빨간색의 형태가 되도록 만들어서 수근관 내의 공간을 넓혀 주는 것이다. 수술 후에, pillar pain이라 하여 손바닥 수술 부위를 통하여 손을 짚을 때 통증이 수개월 간 지속되는 경우가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다 호전된다. 


   남자 의사들이 대부분인 정형외과의 특성상 기존에 간과되었던 부분인데, 이 수근관증후군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 임신 중에 수근관증후군이 오는 경우도 흔하며, 폐경과 수근관증후군이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갱년기에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수근관 증후군이 더 적게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Al-Rousan T, Sparks JA, Pettinger M, Chlebowski R, Manson JE, Kauntiz AM, Wallace R. Menopausal hormone therapy and the incidence of carpal tunnel syndrome in postmenopausal women: Findings from the Women's Health Initiative. PLoS One. 2018 Dec 4;13(12):e0207509. doi: 10.1371/journal.pone.0207509. PMID: 30513095; PMCID: PMC6279038.) (호르몬 치료는 단순히 수근관 증후군을 치료한다고 받기에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이 대목을 보고 갱년기 여성의 수근관 증후군은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되는 거 아니야로 오해하시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냥 관련이 있고, 추후에 이런 면을 치료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정도의 의미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수근관 증후군이 오기엔 그래도 살짝 젊다 하시는 분들 중에 조기 폐경이 되신 분들이 꽤 있었다. 


    대 코인과 주식의 시대에, 코인과 주식을 업으로 삼지 않아도 많은 지식들을 알고 있고, 또 접할 수 있다. 아이들 교육도 대부분의 경우 학교에만 일임하지 않는다. 하물며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의 몸이 아프고, 또 아플 수 있는 병에 대해서는 최소한 주식만큼은 관심을 갖고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며, 그러한 지식과 관심에 이 글이 소소한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신경에 관련된 질환이라 가끔 정형외과가 아니라 이름에 '신경'이 들어가는 과를 찾아가시는 경우도 있는데, 대한민국에 있는 수련병원(전공의를 교육하는 병원)의 99%에서 수근관 증후군은 정형외과에서 보는 질환이니, 유사한 증상이 있거나 의심되면 정형외과에 한번 방문하시길 권한다. (개인적으로 환자를 보면서 임상 경험을 쌓으셨을 수는 있겠으나, 정식으로 치료와 진단에 대해서 실제로 임상에서 배우고 있는 과는 정형외과뿐이다. 가끔 수술 시기를 놓쳐서 오는 환자분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어서 사족처럼 한문단 더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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