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대, 지극히 사적인 부부의 대화
중학생인 아들은 사춘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솜털 같은 턱수염이 아주 사알짝 보이고 이마에 좁쌀 같은 드름이가 나기 시작했다. 사춘기인 듯 사춘기 아닌 사춘기 비스무레한 아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를 자주 전해주는데 가끔은 사춘기 소년들의 민감한 이야기를 필터링 없이 말해주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따로 하진 않지만, 아이들이 궁금한 걸 질문하면 스스럼없이 대답해 주는 편이다.
얼마 전에는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지안 : 엄마, 우리 반 알렉스가 나한테 여자 엉덩이가 좋은지 가슴이 좋은지 물어봤어. 진짜 어이없지.
나 : 그래서 넌 뭐라고 말했어?
지안 : 모른다고 했지. 그런 걸 어떻게 말해?
나 : 왜? 말할 수도 있지. 아빠한테 한번 물어봐.
지안 : 아빠? 아빠는 여자 가슴이 좋아, 엉덩이가 좋아?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남편 : 난, 가슴?
지안 : 엄마는 가슴 작은데?
나 : 야, 네가 어떻게 알아? 엄마 가슴이 작은지 큰지 어떻게 알아?
지안 : 엄마 A 컵 아니야? 엄마 정도면 무슨 컵이야?
나 : 지안이, 너 그런 건 또 어떻게 안 거야? 뭐 많이 아네....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이 물었다.
소은 : 그게 뭐야? A 컵이 뭐야?
지안 : 가슴 사이즈 말하는 거야.
나 : 야, 엄마도 원래는 작은 편은 아니었어. 너네들 낳고 너네들 둘 한테 모유수유 하느라 이렇게 된 거야. 다 니들 때문이라고! 야동에 나오는 거 믿지 마라. 그거 다 뻥이야.
남편 : 지안아, 가슴 크기 그런 거 중요하지 않아. 인성이 중요해. 착한 여자를 만나야지.
지안 : 예쁘고 착하고 가슴도 큰 여자면?
남편 : 그런 여자가 있을까?..... 아.... 여기 내 옆에 있네. 우리 집에 있었네.
나 :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네....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 같은 이 기분은 뭐지....
남편 : 암튼 지안아, 야동은 믿지 마. 그거 다 연기하는 거야. 나중에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사랑엔 책임과 결과도 따른다는 걸 명심해야 해.
그리고 야동 볼 때 혼자 보지 말고, 아빠도 불러!
우리의 성교육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