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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Feb 16. 2024

나는 어떤 사람인가? 리더의 self-awareness

리더의 자기 인

내가 아는 나 vs.

다른 사람이 아는 나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일 때가 많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대상인 건 사실이지만 각양각색의 필터를 거쳐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40대 팀장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 엄청난 독서가였지만 입사 후 10여 년간 읽은 책이라곤 다섯 권이 채 되지 않습니다. 여전히 학창 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A는 자신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주변 동료와 가족은 A가 책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겁니다.


A가 실제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여기서 논쟁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모습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과 실제 행동은 자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 그로 인해 동료들 의 평가는 본인의 생각과 아예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니까요. 


아마 A는 동료들이 “팀장님은 책 싫어하시잖아요.”라고 말하면 화들짝 놀라지 않을까요.




우리는 어쩌면 자기 자신을 생각보다 잘 모른 채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일종의 가면을 쓰면서 살다 보니 더 헷갈리게 되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깊게 들여다보는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기대에 휘둘리기 쉽고 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팀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나’와 ‘상대방이 알고 있는 나’를 제대로 인지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자기 인식, 특히 리더의 자기 인식은 다루는 범위가 워낙 넓고 다양해서 며칠 동안의 워크숍을 통해 탐색해보기도 합니다. 개인 가치 평가, 직업 가치관 평가, 클리프턴 강점 검사, BIG5 성격 검사, 에니어그램 검사 등 방식도 다양하니 가능하면 온라인으로라도 직접 검사를 받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여기서는 팀장이라면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할 몇 가지 중요한 관점을 살펴보려고 해요. 자기 인식 이론을 기반으로 한 소통 모형인 ‘조하리의 창 Johari’s Window’이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말이죠. 두 명의 심리학자인 조지프 루프트 Joseph Luft와 해리 잉햄 Harry Ingham이 개발한 모형인데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사람을 분석합니다.



자신이 인지하는 나와 타인이 인지하는 나를 구분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자기 인식의 좋은 출발점입니다. 위 표에 보이는 네 가지 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나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아는 ‘열린 창Open’은 명쾌한 영역이니 넘어가고, 나머지 세 영역을 하나씩 들여다보겠습니다. 




나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다 :

보이지 않는 창


보이지 않는 창(Blind)은 흥미로운 영역입니다. “내가 그런다고?” 하고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영역이거든요.


팀장들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고 굳게 믿고 있는 자아상이 있을 거예요. 나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한다, 회의가 길어지는 건 질색이다, 결과보다 태도를 중시한다, 사소한 디테일까지 챙기는 걸 싫어한다, 뒤끝이 없는 편이다, 성과만 낸다면 어떤 방식으로 일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팀장 자신의 믿음이 무색하게 동료들, 특히 팀원들의 인상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팀장은 본인의 ‘의도’에 기반해서, 팀원은 팀장의 실제 ‘행동’에 기반해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죠.


팀장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할 마음을 갖고 있고 수시로 소통 자리를 마련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다고 믿어요. 하지만 팀원들은 지난번에 직언했다가 은근히 불이익을 당했던 경험 때문에 팀장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걸 자기들끼리 공유하고 있습니다.


솔직한 피드백에 의연하지 못한 건 개인의 성품이라 옳고 그름을 논하기 어렵지만, 팀장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인식하는 상황은 문제입니다. 우리 팀의 커뮤니케이션은 문제가 없다고, 적어도 다른 팀보다는 상황이 훨씬 낫다고 여기면 앞으로도 개선할 이유나 동기도 없어지니까요. 


상황이 곯아서야 비로소 알게 될 우려도 있지요.


이처럼 팀장과 팀원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간극을 어떻게 메우면 좋을까요? 


제일 좋은 건 팀원으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겁니다. 제대로 이뤄지기만 한다면 그 이상 좋은 방법은 없어요. 문제는 우리나라 직장 문화에서 과연 얼마나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팀장 역시 해명하고 싶은 방어적인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 거고요.


두 가지 차선책이 있습니다. 첫째는 다른 팀으로 인사 발령이 났거나 퇴사하는 팀원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소위 때려치우고 나가는 팀원의 의견을 들을 때는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겠죠.


나는 멘탈이 개복치 같다는 분께는 두 번째 방법을 권합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을 통해 우선순위 가치관을 가려내는 방식입니다. ‘나는 A를 원한다. 비록 B를 감수하더라도’라는 문장을 사용해보세요. A는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관, B는 반대급부가 되는 부정적인 결과입니다. 한번 대입해볼게요.


• 나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한다.(A) 비록 면전에서 비난받는 상황을 종종 감수하더라도. (B)

• 나는 사소한 디테일까지 챙기는 걸 싫어한다.(A) 설사 팀원 결과물의 디테일이 예상과 달라 거슬리더라도. (B)

• 나는 성과만 낸다면 팀원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든 상관하지 않는다.(A) 비록 근무 중에 게임을 하더라도(B)


B 자리에 대입한 내용에 큰 거부감이 든다면 A 가치관은 생각보다 확고하게 추구하는 가치가 아닌 겁니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따로 있는 거예요. 이래서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합니다. 


팀원들이 보는 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믿는 팀장의 생각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기 때문이죠.




열 번째 글로 연재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팀장 책은 많은 요청이 있기도 했고, 저도 언젠가 꼭 써야겠다 생각했던 영역이라 쓰면서 즐거웠어요. 책의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을 여기에 옮기며 연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팀장이 되면 분명히 힘든 일이 많지만, 팀원이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 역시 존재합니다. 소위 어른이 되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이 세계에 오신 걸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지난주에 막 임명된 따끈따끈한 신임 팀장, 여전히 적응 중인 6개월 차 팀장, 리더가 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막막한 마음에 답을 찾는 분, 팀장의 권한과 역량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주니어 일잘러 모두 환영합니다.


매콤 달큰한 현실을 살아가는 리더가 오늘 배워서 내일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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