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사각지대에 대하여

말 줄여버린 마음 : 빈 말의 의미

by 담쟁이캘리



프롤로그
: 쉼표 없이 빽빽하게 써 버린 마음에게 전하는 時



마음 정류장 │

‘……’ 말 줄여버린 마음에 대하여



마음 사각지대, 빈 말의 의미



입 밖으로 꺼내놓는 모든 말은, 저마다의 무게를 갖는다. 어떤 것은 깃털 같고 또 어떤 것들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하게 다가와 선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게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그 말의 진짜 무게는 직후에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도,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모든 말들은 무게를 잃고 기억 뒤편으로 저문다. 우리는 그것을 ‘빈 말’이라고 부른다. 자고로 빈 말은 아주 가벼워서 무게를 어림잡기도 전에 멀리 날아가 버려 아무런 의미도 얻지 못할 때가 많다. 때문에 모든 말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언제까지 마음 서랍에 넣어두고 꺼내볼 것인지 구분 짓는 것이다. 혹여나 스스로 빈 말에, 너무 오랜 시간과 감정을 쏟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안전벨트 같은 것.



말은 뱉고 나면 결코 주워 담을 수 없어서 분명한 자국을 남기는데, 빈 말의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만에 하나라는 드문 확률의 기대를 걸어,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것. 서둘러 거둬들이지 못한 마음이, 오랜 제자리걸음을 걸어 애꿎은 신발 밑창만 닳고 마는 것. 그 애달픈 마음의 주인도 나뿐이니 누군가 대신 값을 치러줄 리 만무하다. 그저 빈 말인 줄도 모르고 무턱대고 온 마음을 걸었을 때, 그 반동의 충격을 몸으로 익혀가는 것뿐이다.



자고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빈 말 같은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그 행동에 책임지는 것. 호기롭게 내디딘 첫 발은 대부분 무모한 것이 숙명이다. 한 걸음만으로는 마음이 향하는 끝 지점을 알 수 없으므로 할 수 있는 한 시선을 멀리 두고 떠나는 것이 최선이다. 설령 그것이 허황된 꿈같고 신기루처럼 찰나로 사라질 순간이라고 할지라도,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뒤돌지 말고 걸어야 한다. 그렇게 떠난 여행길에서 상상조차 못 했던 신대륙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순간마다 홀로 진동했을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보련다. 반복되는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내달렸을 내 마음과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을 마음 사각지대를 찾아 떠나보려 한다.



가만 보니 마음은 때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가 귀 기울이지 못했던 것뿐.




마음 사각지대

/ 담쟁이캘리




좁은 시선으로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목적지를 두고 멀리,

그 끝을 봐야 한다



운전강사의 말을 곱씹으며

생애 첫 운전대를 잡았다



낯선 도로 위

끼어들 틈 하나 주지 않는

매서운 차들 사이에 두고

우왕좌왕 사이드미러를 살폈다



시야에 들지 않는

마음 사각지대에

정체 모를 네가 보였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좌우 번갈아 보아도

너와 나의 거리를 분간하기 어려워

먼발치에 두고 잊고 지낸 네가,

불쑥 다가와 곧 부딪힐 것처럼 가까이 섰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