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너에게
말 줄여버린 마음 : 빈 말의 의미
스스로, 너에게
/ 담쟁이캘리
하루에도 몇 번씩 너를 그린 적 있다
때때로 너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내 안을 가득 채웠다
마음속에 자리한 너는
생각만으로 황홀한 일탈 같아서
너를 그리다 자주 꿈을 꿨고
발 딛고 선 현실의 무게를 견디며
너와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 날도 많았다
허나 너에게 나는 언제나
떠난 적 없는, 말뿐인 사람이었다
종종걸음으로 나를 찾아와
같이 가자 채근하는 너를 두고
갖은 핑계를 붙여 미뤄두었다
마음은 수없이 너를 따랐지만
선 자리에서 쉬이 발을 뗄 수 없어
잠잠히 되돌려 보낸 너를 후회했다
불쑥 찾아와 힘없이 꺼지는
그 뒷모습이 매일 밤 내 눈 안에서
저물지 않아, 너에게 말했다
떠나자
머릿속에서 수없이 되감아져
밤새 가시지 않는 말들과
어깨를 짓누르는 잦은 불면에서 벗어나
발길 닿는 대로, 우리 맘껏 흘러가자
마음으로는 이미 흘렀으나
발걸음 떼지 못해 못내 아쉽던
그곳으로 지금, 떠나자
* 스스로, 너에게(自, you)
: 자유를 의인화하여 스스로에게 하는 말로 지은 시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