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쓰다

말 줄여버린 마음 : 빈 말의 의미

by 담쟁이캘리





마음, 쓰다

/ 담쟁이캘리




언제쯤 몸에 익으려나
아껴 써야 하는 줄 알면서도
그치지 못해 줄줄 새는 모양이 헤프다



낭비는 습관이라던데
멈출 줄 모르고 흘러, 기어코
넘치고 마는 씀씀이가 헤프다



아끼지 못하고 흥청망청
멋대로 써버린 가계를 살피다
다시는 대책 없이 쓰지 않겠노라
연필로 꾹꾹 눌러쓰며 다짐했건만



연필은 깎을 수 있어도
마음은 도통 흥정이 안 된다



싸게 싸게 쳐내지 못해
미적대다 제 값보다 비싸게 받아
호되게 치르는 후회는 아무리 지워 봐도
흔적을 남기는 게 숙명이고



제 아무리 잘 가꾼 살림도
아끼지 않으면 금세 바닥난다더니



에누리도 없이 무턱대고 쓰다
몽당해진 마음이 울컥, 제 소리를
낼 때마다 꾹 다문 입 안이 쓰다




가만히 앉아 지나온 마음이 하는 말을 들었다. 돌이켜보니 너무 많은 날들에 마음 쓰고 살았다. 싸게 싸게 쳐냈어야 하는데, 미적거리다 제 값보다 비싸게 받아 호되게 치르는 후회는 탈탈 털어도 흔적이 남는다. 아낄 줄도 모르고 헤프게 써서 몽당해진 마음이 울컥, 제 소리를 뱉을 때마다 입안에 쓴 맛이 감돌았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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