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다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by 담쟁이캘리



취하다

/ 담쟁이캘리




취하지 못한 채 태어나
맨 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생이었다


부족함은 누구에게나 있는
응달 같은 것이었으나,
생애 드리운 그늘은 빛이 강할수록
짙은 것이 숙명이므로
늘 불리한 출발점에 서야 했다


남과 다름이 개성이 아닌
결코 좁힐 수 없는 차이로 읽힐 때
네 눈에 비친 나는, 그저 미운 오리 새끼였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날 수 없노라고
날 선 시선으로 낙인을 찍어댔다


불시착하게 돼도 좋아
그리로 가자, 글로 떠나자
살기 위한 날갯짓이었다


취하지 않은 채 일어나
맨 정신으로 걷기 고된 생이었다


취하지 못한 태생이었으므로
취해야 사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 취하다: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지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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