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너 바로 유튜브!
알고리즘을 떠나보내겠다 마음먹고 제일 먼저 한 건 유튜브 계정 초기화였다.
그간 만들어둔 수많은 재생목록과 무심결에 눌렀던 구독목록들도 훑어보았다.
출근하는 1시간 동안 전부 눈으로 보고 사무실에 도착해 계정을 초기화하고 기록저장중지를 눌렀다.
유튜브는 내게 이런저런 팝업을 띄우며 '정말 이렇게 끝낼 거야?'라는 뉘앙스를 주는 팝업을 마지막으로 띄었다.
'응, 이제 진짜 끝낼 거야.'
유튜브 메인을 보니 십여 년 만에 처음 본 텅 빈 유튜브화면이었다.
그간 정신없이 반짝이던 썸네일로 가득하던 공간이 공허할 정도로 텅 빈 하얀 배경을 보니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변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흔적이 지워져 온전히 내가 다시 쌓아야 하는 공간.
20대 중반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보겠다며 덜컥 4평 원룸을 계약했고,
모든 걸 스스로 다시 해야 한다는 그 막막하지만 새로운 설렘에 복잡 미묘했던 원룸에 다시금 서있는 기분이었다.
퇴근길 제일 먼저 한 일은 듣는 노래, 보는 무대, 운동법, 학습 등.. 하나하나 재생목록부터 만들고 그 안에 채울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좋아했던 노래를, 내가 좋아했던 게 뭐였는지 하나씩 검색해 보고 찾으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난 나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유튜브가 지정해 준 '넌 이런 사람이야. 넌 이런 걸 좋아해.'라는 알고리즘에 절여져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고 그러려니 하고 살았었구나.'라고 깨달았다.
내 하루 중 5시간이나 차지했던 유튜브시청이 하루 30분 미만으로 그리고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는데 2시간으로 바뀐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