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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쁨과 감사 Nov 07. 2021

임신(1)

쌍둥이, 입덧, 그리고 변비

유산 후,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대충 계산해보니 아이가 생긴다면 다음 해 1월 초에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다시 배 주사와 씨름이 시작됩니다. 세 번째라 그런지 조금은 수월하게 느껴집니다. 다행히 이번에도 난자를 세 개 얻습니다. 지난번보다 상태가 조금 더 좋다는 이야기에 힘도 납니다. 수정란을 세 개 넣었다는 설명을 듣고 다시 짧지 않은 10일이 시작됩니다.

기다림이 깊은 까닭에 아내는 날마다 임신테스트기를 들었다가 놓습니다. 너무 일찍 테스트하면 임신이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알지만 궁금한 마음은 참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7일 만에 시도한 테스트기에는 야속하게 한 줄만 보입니다. 실망하는 아내를 너무 빨리 해봐서 그런 거라고 위로하지만 한 번 더 배 주사를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각오를 합니다.

다음날 걸려온 전화 속 아내의 목소리가 들떠 있습니다.


-두줄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점점 진해지는 두 줄. 이때는 마냥 좋았지요..


사진을 보니 어렴풋이 두 줄이 보입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다음날, 그다음 날에는 점점 더 진해지고 1차 피검사를 가뿐하게 통과합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약간 오묘합니다.


-피검사 수치를 보니 쌍둥이 가능성이 있겠는데요?


쌍둥이? 귀가 번쩍 뜨입니다. 좋으면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내에 뱃속에 들어간 수정란은 세 개이지요. 삼둥이도 쌍둥이도 약간은 걱정이 됩니다. 뱃속에 아가들을 2명 이상 키운다면 아내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지요. 5주 차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병원에 방문해서 초음파 검사를 합니다. 그리고 보이는 아기집 두 개! 두 개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아내 뱃속의 태아는 두 개 모두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이제 쌍둥이 부모가 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기쁘고 설레는 중에 아내에게 새로운 고생이 시작됩니다. 입덧을 하기 시작한 거에요. 입덧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태반의 융모 조직에서 분비되는 융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이 구토 중추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호르몬은 임신 5~6주부터 11~12주 무렵까지 가장 많이 분비되기 때뮨에 이 시기에 입덧이 가장 심하다고 하지요. 아내는 예전에 즐겨 먹던 오리, 조기, 갈치 같은 것들을 전혀 먹지 못할 뿐 아니라 요리하는 냄새 맡기도 힘들어했습니다. 집에서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회사에서 식사가 문제였습니다. 먹지 못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에는 밥만 겨우 몇 숟갈 뜨곤 했어요. 태아를 생각해서 영양가 있는 것을 많이 먹어야 했지만 몸이 받쳐주지 못하니 걱정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입덧은 개인 차가 있지만 절반 이상이 구토와 메스꺼움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구토가 잦고 체중이 감소하는 등 증상이 심한 경우,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요. 다행히 아내는 20주를 기점으로 증상이 줄어들었지만 1% 정도의 임산부는 40주 내내 입덧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입덧뿐 아니라 변비와의 싸움도 힘겨웠습니다. 임신 초기에는 유산을 예방하기 위해 몸에서 근육 수축을 억제하는 황체 호르몬의 분비가 되기 때문에 장의 움직임이 둔해져 변비가 생긴다고 합니다. 입덧이 심한 경우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요. 임산부들이 처방받는 철분제도 변비의 원인이 됩니다. 아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고, 요구르트와 푸룬 주스를 마시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에는 배변이 잘 되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미처 몰랐어요.


입덧과 변비는 신호인 것 같습니다. 임신과 육아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니까,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미리 알려주는 거죠. 생명을 품는 일은 식생활과 배변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활동을 제한하며 시작됩니다. 나의 삶을 나눠줘야 하는 일이라는 뜻 같아요. 당연히, 엄마뿐 아니라 아빠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지요.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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