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8_일상일기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때에 따라 의욕이 저하되는 시기는 있지만 살다보면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사실, 나는 ‘잘 하고 싶은 마음’ 중독자이기도 하다. 그렇다 나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늘 충만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거 좋은 거 아니야?” 맞다.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은 좋다.
그러나 이 마음이 해가 될 때가 있다. 때이른 성장을 기대할 때이다. 아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데 만땅 기준에 목맬 때 나는 괴롭다. 그리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된다.
지난 휴일, 남편은 제주에서 (쉴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이 바로 오늘이라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제주가족투어를 진행했다. 물론, 생애 처음으로 반딧불을 보았던 그 순간은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이번주 내내 기력이 딸리는 것은 분명했다. 꼬맹이는 구내염이 생겼고 밤마다 코피가 ^^;;;;;;;;;;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체험이라해도 우리가 가진 시간과 체력을 무시하고 무리를 한다면 이후가 고달파진다.
원하는 것을 해내고자 하는 마음 자체는 나쁠게 없다. 어찌보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좀 더 보람되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목표만 딱 집어서 그에 매이게 되면 이후 삶이 고달프다. 자연스레 다가가서 성취하면 될 것을 안달복달해서 불행해진다.
나는 한동안 이 말을 달고 살았다.
“왜 이렇게 피곤해?! 한 게 없는데”
근데 의사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기 자신이 가진 에너지가 있는데 남들 한다고 다 따라서 이것저것 하면 탈이 나죠. 자기가 가진 만큼 쓰고 삽시다.”
실제 내가 아무것도 한 게 없을까? 잘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욕망하는 결과치만 생각했고, ‘아직 그만한 성과를 못냈기 때문에 아직 결정적으로 한 게 아무것도 없다’ 라는 식이 아니었을까? ‘남들만큼 잘하고 싶어서 남들 다 하고 사는데 왜 너(=나 자신)만 힘들어’ 라며 나 자신을 다그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반딧불도 보고 조개도 잡고 오름도 가고 맛집도 가면서
(각종 체험 다하면서)
명상수업도 들으면서
육아/가사 하면서
…
적어도 5년차 그 이상 10년차 작가들
손끝만 보고 세월은 무시했다.
캘리그라피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 글씨 자체도 잘 쓰고 싶고, 이젠 나만의 글씨체도 확립하고 싶고, 인스타에 올릴 작품 이미지도 잘 뽑아내고 싶다. 수업도 서서히 늘려나가고 싶다. 1-2년 후엔 기업강의도 가고 싶다. 제일 먼저는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하고 싶다(이건 괜한 고집도 같다. 나 나가서 이만큼 잘 됐어요. 뽐내고픈 ;;).
캘리그라피 연습을 하는 순간은 막 빠져든다. 그건 맞는데때때로 온갖 생각들이 나를 덮쳐오고 조바심이 난다.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시무룩해진다.
운전을 하는데 ‘아.. 나 이제 정말 운전 잘 하는것 같아. 시속 80키론 껌이지.’ 또는 ‘와.. 나 이제 횡단보도 앞에서도 급브레이크도 안밟아. 너무 뿌듯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 고수들에 비하면 택도 없는 실력인데 나는 내가 너무 좋았다. 8개월만에 이리 운전을 해내는 내가 너무 좋았다.
‘운전 고수들에 비해 못하면 좀 어때’
‘아직 8개월밖에 안되었는데 평행주차 좀 못하면 어때.
후진주차 이렇게 잘하는데..’
이런 생각이 딱 적당한 선이 아닐까?
캘리그라피도 ‘2년차가 이 정도면 3년뒤엔 다 씹어먹을 수 있는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을 괜히 혼자 속시끄럽게 만들었구나. 싶었다. 지금은 지금에 맞는 수준을 갖추면 되는 것을…
늘 마음이 문제인 것 같다. 머리론 다 아는데 가슴이 늘 뛴다. 못할까봐 못가질까봐 설레발이 심하다. 운전에 대한 것은 머리와 가슴이 함께였는데 캘리는 머리보다 가슴이 너무 멀리 가버렸다. 마치 약속시간에 늦어 뛰는데 다리가 마음만큼 안 달려줘서 속이 타며 정강이뼈가 다리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때처럼…
ps. 2년차에 이렇게 잘하는 제가(3년 뒤엔 필드를 씹어먹을;; 제가 ㅎㅎ) 친절하게 꼼꼼하게 알려드립니다^^ 캘린이 여러분!!! 환영합니다 ~~
1. 참고 후기 : https://brunch.co.kr/@ktsrnrsr/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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