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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Jul 29. 2024

내 나이 37, 수강신청을 준비하다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수강신청. 참 낯익지만 어색한 단어다. 처음으로 수강신청을 경험한 지 이십여 년이 다 돼 가기 때문일까.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첫 수강신청을 했다. 그 많은 과목들 중에 어떤 과목을 신청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전공 필수과목을 선택해야 된다는 사실, 1교시 강의나 금요일 강의는 가능한 피해야 된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게 선택과목을 고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동기 내 친한 친구들과 시간표를 동일하게 만들기 위한 수강신청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해가 지날수록 수강을 원하는 과목들이 생겼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에 매년 수강신청 기간에는 PC방에서 대기하면서 클릭을 연습하고 수강신청을 했던 추억이 생각난다. 이토록 어려운 과정을 거쳐 원하는 과목신청에 성공하더라도 실제로 수업을 들어보면 투입한 노력만큼의 만족도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러나 수강신청에 실패할 경우 전체 시간표를 수정하거나 홀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수강신청에 공을 들였다고 생각한다.


3년 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다시 수강신청을 경험하게 되었다. 학사과정보다는 경쟁도 덜 하고 선택지도 적은 석사 과정이었기 때문에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의 수강신청이었기 때문에 강의계획서를 읽거나 수강신청 방법을 익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첫 학기에는 자신만만했다. 오랜만에 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에 설렜고, 이미 수강신청을 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원 과정은 전공필수과목이 많아서 9시 수업이나 금요일 수업을 피하기가 어려웠고 학부 과정과 달리 한 번의 강의가 3시간인 과목도 있었다. 선택과목은 영어로 시험을 보는 과목보다는 에세이로 평가하는 과목 위주로 선택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과목을 선택했다. 이것은 큰 실수였다. 동양인이 한 명인 과목에서 교수와 학생들은 한국의 사회문화에 관심을 보였고 항상 나를 지목하며 "한국에서는 어때? 이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있을까?"를 질문했다. 예습과 복습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수업시간에는 항상 귀를 쫑긋 세우며 영어 듣기와 말하기에 진땀을 뺐다. 실패를 경험한 후 다음 학기부터 선택과목은 내가 원하는 과목보다는 다른 한국인들이 듣는 과목으로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도 영어 듣기와 말하기도 1/n만 하면 됐기 때문에 훨씬 부담이 줄었다.


박사과정의 수강신청은 어떨까. 이번주에는 시간표가 공지되었다. 아직 수강신청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미리 어떤 과목을 수강할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이번 수강신청에서 중요한 점은 1. 퇴근 후 수강이 가능한가 2. 필수과목을 최소 1개는 선택할 수 있는가 3. 주말에 수강이 가능한가 정도이다.


1. 퇴근 후 수강이 가능한가 : 직장과 학교를 병행하기 때문에 오전, 오후 수업은 듣기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평일에는 퇴근 후 수강이 가능한 과목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2. 필수과목을 최소 1개는 선택할 수 있는가 : 졸업을 위해서는 일정 학점을 채워야 할 뿐만 아니라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권이 있다면 필수과목을 먼저 수강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3. 주말에 수강이 가능한가 : 상대적으로 평일보다는 주말에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주말에 열리는 강의를 선택할 것이다. 


이외에도 신기했던 점은 코로나라는 특수상황을 거치면서 실시간 온라인 강의가 많이 생겼다는 점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외국에서도 온라인 강의를 많이 들어봤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가 낯설지 않고, 가능하다면 온라인 강의도 선택해서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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