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랑 같이 먹을 사이드 디쉬 레시피
조깅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조금 넘어가는 이 시점, 지난 주말 아침에 눈이 번쩍 떠져서 토요일 8시쯤 조깅을 하러 갔는데 왼쪽 정강이 바깥쪽이 약간 뻐근한 느낌이 들어서 멈춰야 했다. 일요일에도 눈이 번쩍 떠져서 다시 모닝런을 시도해 보겠다!라는 마음으로 나갔는데 몸이 어딘가 모르게 삐걱대서 달리기를 포기했다. 슬픈 주말이었다. 몸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거리 달리기로 발에 무리가 가서 한 달 정도 달리기를 쉬어야 했던 3월이 너무 슬펐어서, 몸에 대해는 조금 더 관대하게 보수적인 접근을 하기로 했다. 몸 어딘가에서 좋지 않은 느낌이 난다? 하고 있는 활동을 당장 멈춘다.
달리기는 중독이다. 강제로 며칠을 쉬니 또 몸이 근질근질해져서 주중에 7km를 두 번을 뛰고 대망의 주말! 느린 속도로 아침 공복 달리기에 도전했다 -- 모닝런은 처음이다. 지난번에 8.5km를 뛰고 다쳤어서 비슷한 거리를 뛰기에 마음이 부담감이 있었었는데 느린 속도로, 코로 들숨날숨을 모두 해결하며 뛰었더니 오늘 애플워치에게 9km를 완주하며 달리기 최장거리를 달성했다는 상을 받았다.
공복에 달리기를 즐겁게 했으니 나에게 맛있는 밥상! 을 주기로 했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예전보다 집에서 해 먹는 비율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레시피를 정리하지 않은지가 참 오래되었다. 제일 좋아하는, 이쁘기까지 한 야채 종류들을 한방에 요리를 하려니 기록으로 남기지 않기가 아까울 정도라 글을 써본다. 고깃값보다 야채값이 더 들었을 것만 같은, 야채에 정성을 많이 들인 음식들이다.
브러셀 스프라우트 (방울양배추) 베이컨 구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야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브러셀 스프라우트이다. 사실 브러셀 스프라우트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이 디쉬를 참 좋아한다. 한국말로는 방울양배추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아주 귀여운 단어다.
브러셀 스프라우트를 사서 밑꼭지를 잘라낸다. 지난번에 400g를 요리했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서 이번에 800g을 트레이더조에서 구입했다. 400g에 4불. 물에 잘 헹궈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서 3-4분 정도 데쳐주면 먹음직스러운 색깔이 살아난다.
끓이고 나서는 방울양배추를 반으로 갈라준다. 팁이라면 위에서 아래로 자르기보단 뿌리? 줄기? 쪽에서부터 잘라준다. 그래야 깔끔하게 자르기가 쉽다. 저번에 샀던 브러셀 스프라우트는 아래 사진과 같이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친구들이 많아서 많은 양을 벗겨내거나 버렸어야 했는데 오늘은 버릴 것이 거의 없이 상태가 훌륭해서 흡족하다.
이 요리의 핵심 재료는 베이컨이다. 자잘 자잘하게 썰어서 팬에서 볶아준다. 베이컨이 너무 지방스럽긴 하지만 그 기름이 브러셀 스프라우트에 묻혀야 하기 때문에 괜찮다. 이렇게 양을 많이 할 줄 모르고 두줄을 썼는데 방울 양배추 100g당 베이컨 한 줄 정도는 넣어줘야 베이컨의 감칠맛이 고루고루 입혀지는 것 같다.
베이컨이 적당히 익어가고 기름이 흘러나올 때쯤 반으로 썰어둔 브러셀 스프라우트를 넣어준다. 한국인은 마늘을 참을 수 없으니까 마늘도 대충 다져서 넣어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브러셀 스프라우트의 크리스피 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절단면을 팬에 맞닿게 해 준다. 살짝 튀긴 느낌을 주기 위해 올리브오일을 꽤 많이 넣어줬고 노릇노릇해지도록 뒤집어주면서 신경 써준다.
조금 더 튀긴 듯이 되었어야 했는데 브러셀 스프라우트 양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약간 촉촉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소금으로 간을 해주고 후추 톡톡해주면 완성! 남은 거 먹을 때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돌려먹으면 맛있을 듯
브로콜렛 데침, 아스파라거스 양송이 구이
브로콜렛과 아스파라거스, 양송이도 준비한다. 내가 좋아하는 야채들의 총동원의 날이다.
브로콜렛 450g에 4불, 아스파라거스도 450g 유기농 기준으로 6불. 유기농 양송이는 220g에 3불.
아스파라거스의 질겅질겅한 줄기 열심히 벗기고 나면 먹을게 얼마나 남는지 싶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줄기를 처리하고 밑동을 1cm 정도를 날려준다. 양송이는 1/4로 썰었다.
귀찮으니까 아스파라거스랑 양송이를 노릇노릇할 때까지 한 팬에 볶아준다. 역시 올리브 오일을 둘러주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물 또 끓이기 귀찮으니까 브러셀 스프라우트가 들어갔다 나온 물에 브로콜렛도 한 2-3분 데쳐준다.
안심 스테이크
이 모든 것은 안심을 먹기 위한 사이드 디쉬들인데, 물론 요리는 불이 해주는 것임에도 야채들은 손질하는데 손이 참 많이 간다. 2월에 미국을 왔었던 엄마에게 대접해 주고 남은 안심을 드디어 영접. 불에 구우면 더 맛있겠지만 요즘 고기는 웬만하면 에어프라이어에게 맡기고 있다. 내 에어프라이어의 최고 온도인 205도 정도에서 중간에 한번 뒤집고 14분 정도. 안심은 안이 많이 빨개도 맛있는 것 같고 지방이 좀 있는 새우살 같은 건 좀 더 바싹 익혀서 지방이 렌더링 된 것을 선호한다.
공복 아침 조깅을 1시간이나 한 멋진 나에게 선물하는 푸진 점심. 안심은 살짝 덜 익는 바람에 다시 에어프라이어에 들어갔다 나와야 했지만 야채 사이드 디쉬들은 정말 훌륭했다. 이번 주 일주일은 이 반찬들로 야채를 맘껏 먹으며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