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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Jul 29. 2024

모차르트와 카라얀을 낳은, 아름다운 잘츠부르크

 4년 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고 온 세계가 락 다운을 시작하기 직전, 엄마와 나는 빈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샀더랬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모녀는 빈에 가야 할 것 같았다. 잘츠부르크는 빈에서 기차로도 3시간이 넘는 오스트리아의 서쪽 끝에 있는 도시이지만 사랑해 마지않는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니 그곳만큼은 꼭 들러보자라고 다짐을 했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나 모녀는 결국 잘츠부르크에 입성했다.


마지막날 출장 일정이 점심을 먹고 마쳐서 퇴근하자마자 호텔에서 엄마를 픽업해 전광석화와 같이 잘츠부르크로 달렸다. 다음날 본격 돌아보기 전에 맛보기로 구 시가지, 미라벨 정원, 성당 몇 개를 한번 휘 둘러보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리뷰를 읽었던 맛있다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미국 금주령 시절 마냥 컴컴한 내부의 식당에서 한국인 눈동자 40개가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기괴한 느낌이었다. 사랑하는 한국인들이지만 오스트리아까지 여행을 왔는데 한국인“만”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진 않았다. 파리의 한국인만 앉아있던 어떤 식당의 악몽이 떠올랐다. 서버 한 두 명 빼고는 오스트리안들이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식당에서 한 발짝을 내딛자마자 뒤를 돌아 나왔다. 식당 주인은 한국인에게 아주 고마움을 느낄 것 같은데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몰려오는지 궁금할 것 같다.


너무나 배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지쳤지만 어쨌든 호텔로 돌아가야 하니 발걸음을 옮기는데 엄마가 그전날 잘츠부르크 관련 메모를 해놨던 게 생각났다. 엄마는 내가 아침에 잠을 자는 동안 그날 뭐 할지 대충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하루 일과 중에 하나였는데 그 리스트에 호텔 근처 식당이 하나 있었던게 기억났다. 이런 걸 환상의 궁합이라고 한다. 막상 메모를 해두신 분은 메모해 뒀던 것도 잊으셨지만…



우리가 잘츠부르크에 도착한 날은 유로 2024 오스트리아와 터키의 게임이 있던 날이라 비어가든에 자리가 없으니 자리를 찾으면 알아서 앉으라고 해서 어떤 오스트리아 부부의 테이블에 합석했다. 슈닛쩰과 송아지 소시지를 시키고 소시지를 썰기 시작했는데 옆에 보고 있던 아저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건 그렇게 먹는 거 아니라며 (영어가 잘 통하지 않으니) 직접 소세지를 세로로 반을 갈라 껍질을 까는 시범을 보여줬다. 껍질은 먹는 거 아니라면서 ㅋㅋㅋ 우리도 껍질 안 먹으려고 했어요


오스트리아, 독일은 휴가가 법으로 최소 35일이라며 너네 사는 데는 휴가가 며칠이나 되니, 너네는 어디서 왔고 얼마나 있는 거니, 우리 베르히테스가덴 가다가 고르딕이라는 멋진 타운을 봤는데 그건 도대체 어떻게 발음하는 거니, 하며 중간중간 대화를 했는데 대화 내내 부인분이 줄담배를 태우셨다. 출장 중에 독일 아저씨가 독일 남자는 맥주를 마시고 독일 여자는 담배를 피운다는 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부부건, 커플이건, 친구건 내가 관찰한 바로는 담배 피우는 사람은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떤 대가족이 식사를 온 걸 봤는데 남자는 한 명도 담배를 안 피고 여자 넷만 담배를 피우는 상황도 목격했다. 예를 들면 큰아빠, 아빠, 작은 아빠하고 큰엄마, 엄마, 작은엄마 있는데 큰엄마, 엄마, 작은엄마가 담배를 피우고 남자들은 수저 세팅하는 느낌. 보수적인 우리 집에서는 상상해보지도 못한 광경이 눈앞에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었다.


살작 강변에서 보는 호헨 잘츠부르크
호헨 짤쯔부르크에서 보는 (좌)짤쯔부르크 도시 뷰, (우)독일 알프스 뷰


잘츠부르크는(Salzburg)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소금(salz)의 산(burg), 이라는 뜻인데 내륙에 소금 광산이 있어서인지 예전부터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이 많았던 듯하다. 호헨 잘츠부르크라는 멋진 요새가 도시 한중간에 우뚝 서서 워치타워 역할을 하는 듯 보이는데 독일의 침략에 대비해 세워졌으며 중앙 유럽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되어있는 천년이 넘은 요새라고 한다. 요새 내부에는 옛날에 사용하던 것을 본뜬 모형이겠지만 밖으로 쏘게 되어있는 대포가 예전엔 정말 요새였음을 상기시켜 줬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독일 쪽을 볼 수 있는 뷰도 있고, 잘츠부르크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뷰도 있는데 고르딕을 지나가며 내가 사랑에 빠져버린 운테스버그 산과 잘츠부르크 전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독일 방향 알프스를 바라보고 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어떤 숙녀분 께서 엄마와 나를 보고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는지 손짓을 하며 stamp 라며 ㅋㅋㅋ 코멘트를 날리고 가셨다. 붕어빵이라는 말이 하고 싶었나 보다. ㅋㅋㅋ 이런저런 스몰토크들(위 커플 포함)이 독일인들과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오스트리아사람들은 독일사람들보다 이지고잉하고 상냥했던 것 같다.  



내려오기 싫었던 호헨 잘츠부르크에서 내려와 종교시설 구경을 시작했다. (엄마의 정보에 의하면)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수녀님들이 너는 수녀 되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 찾아가라며 마리아를 쫓아냈던 수녀원. 이 수녀원은 다녀봤던 다른 수도원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게 아기자기했다.



논베르크 수녀원에서 잘츠부르크 대성당에 가는 길에 있는 피터 수도원. 안타깝게도 메인 건물에서는 예배가 진행 중이라 수도원 내부는 구경하지 못했다. 나중에 장트길겐 하고 할슈타트에서도 느낀 거지만 이 동네는 교회에 으스스할 수도 있는 묘지를 예쁘게 꾸며서 방문하는데 부담이 없게끔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다홍색과 흰색의 조합이 너무 아름다웠던 잘츠부르크 대성당. 베르히테스가덴에서부터 거리가 멀지 않아서 그런지 이 동네에서도 계속해서 흰색 내부의 성당 양식이 보인다. 이 성당은 무료로 입장할 수는 없고 따로 비용을 지불하거나 잘츠부르크 카드로 입장을 할 수 있는데 엄마와 나는 호헨 잘츠부르크에서 내려오니 마침 성당에서 하는 오르간 콘서트가 시작하고 있어서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갔다. 정말 이상한 건 파리에서도 그랬고 뉘른베르크에서도 그랬는데 돈을 별도로 지불하고 들어갔던 유료 콘서트보다는 무료 연주회들이 더 좋았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메인 파사드 앞은 7월 말에 있을 콘서트 준비로 복잡했는데 파사드와 성당 건물의 사이드뷰는 조금 미스매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성당 옆에는 예전에 성당 주교들, 후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이 살았던, 성당의 보물들을 간직하고 있는 잘츠부르크 돔레지덴쯔가 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수호성인인 성 루퍼트와 성 비질리우스를 여러 번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잘츠부르크 대학 성당. 계속해서 흰 내부의 교회들이 보인다. 이 성당은 성당에 우리밖에 없었는데 굉장히 성스럽고 검소하게 느껴지지만 화려하기도 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미라벨 정원은 잘츠부르크 도착 당일날 잠깐 들렀다가 다시 오자! 해놓고 시간이 없어서 결국 재방문하지 못했다. 잘츠부르크는 널리 알려진 여행지인만큼 대도시(?)였고, 3박이나 했지만 하루는 짤쯔감머굿 가는 날이어서 시간이 넉넉지가 않았다. 잘츠부르크만 온전히 2박 3일을 머물렀으면 좋았겠지만 대신 다음에 빈 여행을 할 때 또 와야만 하는 이유로 남겨놔야지.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끼워넣으려다보니 어떤 것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고 그렇다. 잘츠부르크가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서 아쉬움이 제일 크게 남는다.



잘츠부르크에 모차르트를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모차르트 이야기는 빼놓을 수가 없는데  모차르트 광장에서 모차르트의 동상을 보고, 모차르트의 생가에 들렀던 것 이외에는 모차르트 관련 액티비티를 하지 못했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생가엔 들렀지만 태어난 이후 이사한, 모차르트가 비엔나로 이사 가기 전 청소년기 때까지 살았던, 그가 자라면서 실제로 사용했다는 작은 피아노가 있다는 모차르트의 집은 시간이 없어서 방문을 하지도 못했다. 아쉽다.


카라얀이 지휘하는 연주는 많이 봤지만 워낙 독일에서의 활동기간이 길어서 그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출신인 줄은 몰랐는데 살자크 강변 마르코파인 다리 바로 앞에는 카라얀의 잘츠부르크의 집이 있다. 이렇게 큰 거장을 둘이나 낳은 잘츠부르크는 도대체 어떤 도시인 걸까. 게다가 모차르트, 카라얀 두 분 다 엄청 노른자 땅에서 살았다. 부럽.



잘츠부르크 카드 1일권을 해서 돌아다녔는데 브로셔를 보니 운테스베르크 산 케이블 카가 포함되어 있는 것 아닌가! 다른 곳도 아니고 베르히테스가덴을 가는 길에 내가 제일 멋지다고 생각한 운테스베르크에 케이블카가 있다니? 그런데다 잘츠부르크 카드에 포함이 되어있다니? 운테스베르크에 이미 뿅 가있는 데다가 인스브루크에서 탔던 케이블카가 너무 좋았어서 결국 헬브룬 궁전을 포기하고 버스로 30분을 달려 막차에 가까운 운테스버그 케이블카를 타긴 탔는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지는 게 심상치 않았다. 산 정상은 구름 위라 케이블카가 올라갈수록 와이트 아웃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시야는 하나도 없는데 비가 많이 오다 보니 덜컹덜컹 케이블카는 공포스럽고.... 정상에 내리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빗발만 점점 거세져서 어쩔 수 없이 다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야 했다. 언제 또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운테스버그... 다음에 내가 오게 되거든 화창한 날씨에 나를 환영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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