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후 한 달이 되어간다.
복직한 뒤 출근을 할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서러움이랄까. 근무시간에는 더 이상 복덩이와 놀아줄 수 없다는 생각에 울적해졌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출근을 할 때나 퇴근을 할 때 항상 표정이 밝으셨다. 철없는 난 아버지가 회사 가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을 정도니. 아버지도 공무원 못지않은 보수적인 직장에 다니셨으니 얼마나 속 끓는 일이 많으셨을까 말이다. 신기하게도 집에서는 티가 하나도 나지 않으셨다.
그걸 이어받아 나도 출퇴근할 때는 항상 밝게 나가자고 스스로 약속했다. 아침에 복덩이와 밝게 인사할 때 표정은 웃지만 마음은 우울했다. 워킹맘은 연기 능력도 필요했다.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했다.
직장 근처에 주차를 할 데가 없어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정류장에서 기다릴 때면 요즘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서글퍼졌다. 야행성인 내가 돈 벌겠다고 생체리듬도 깨면서 멍한 머리로 붐비는 버스를 타는 게 싫었다. 복직 전엔 이 시간에 아침 라디오를 들으며 따뜻한 집에서 있었으니 말이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한지 복덩이가 말을 안 듣는 날이면 복직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직장에 나가니 육아휴직의 나날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포장된 듯하다. 그래도 남편이 육아휴직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며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려고 한다.
출근길은 고달프더라도 막상 출근을 하면 일에 사람에 치여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울적한 마음은 저 멀리 사라지고 빨리 일을 쳐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으니.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으니 계속 공문은 떨어지고 자료 수합에 정신이 없다. 출근해서 퇴근시간까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부서에서 일을 다 까먹어버린 산규 같은 직원에게 잘해주신다. 아직 바뀌어버린 업무 프로그램 시스템을 숙지하려면 석 달은 걸려야 할 듯하다. 출장, 초과, 기안, 지출 등 다 바뀌어버렸다. 슬프다.
즐거운 출근길이 되기 위해 이어폰을 하나 구매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출근하면 좀 더 즐겁게 출근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