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온한모글리 Nov 13. 2024

ep 06. 교집합과 여집합, 경험보다 체험

때로는 같고, 때로는 너무도 다른 우리 


# D야, 우리 가서 진짜 뭐해?


D에게 물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나란히 책상에 앉아 각자의 데스크탑을 두드리며 하나는 열심히 새콤달콤을 까먹고 수북하게 책상 위 흔적을 쌓고 있고, 다른 한명은 입주 D-9일을 남겨 둔 새집 인테리어를 위해 골똘이 요모조모 생각을 하며 듀얼 모니터를 연결 해 둔 채 열심이다. 할 건 많지만, 폭풍같던 바쁨이 한차례 누그러 든 이번주. 마치 수능이 끝난 뒤 일주일을 맞이하고 있는 고등학생 마냥 세상 편한 마음이다. 그 누구보다 늘어지겠단 마음가짐과 해야할 몇몇 일들을 앞두고 차마 널부러지지 못하는 현실은, 결국 나를 벽과 책상에 몸의 절반을 기댄 채 흘러내릴 듯 한 포즈로 다소 불량한 자세로 앉아있게 만들었다. 아- 얼마만의 마음의 평화인가 싶다. 


아무튼. 새콤달콤 두 줄을 줄줄이 까먹다 문득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옆에 앉아 열심히 마우스 스크롤을 돌돌 긁어내리는 D에게 물었다. "D야, 우리 아프리카 가서 뭐하고싶어? 우리 진짜 뭐해? 동물들 물먹는것만 보고 운전만 하다 오는거야?"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재빠른 타이핑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가서 헬기 타고."라며 이야기의 운을 띄우는 D. 겁이 없는 줄 알았지만 겁이 많고, 평생 수영을 스스로 잘 하는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바다에서 평생을 '튜브'를 잘 타는 맥주병 신세인 나와는 달리, 도전적인 걸 꽤나 즐기는 D다. 


"그러면,, 헬기 혼자 타고 올래...?"라고 날갯짓이 약해지는 모기소리마냥 애애애앵....줄어드는 소리로 물었다. 무섭다는 말을 이렇게 해 봤지만, 물론 난 그와 함께할거다. 그치만 여전히 무서운 건 사실. 빅토리아 폭포를 앞두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공중부양을 하는 헬기가 꽤 닟설다. 자이로드롭도 타지 않는 나인데. 돈 주고 낙하 체험하는 번지점프 또한 이해 못하는 1인으로써 어쩜 나와 이토록 다른것인가 하고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 한 5분을 헬기 이야길 하다 문득 웹사이트엘 보니 사자와 함께 나란히 걷는 사진이 보였다. "어, 나 이건 해보고 싶다."라는 D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도!"라고 답했다. 사자와의 걷기라니 이건 마치 모글리의 오랜 꿈이 이루어 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사자와의 산책이란게 있단 걸 알기 전, 숙소에 치타가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그곳을 가자고 이야길 한 적이 있었다. 이런 땔 보면 우린 좋아하는 게 또 비슷하다. 


그러면서 D는 사이트의 아래쪽 코끼릴 타고 있는 사람을 보며 자신은 코끼리는 타고싶진 않댄다. 왜인고 하니 동남아에 갔을 무렵 맞아서 상처난 코끼리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아무쪼록 D와 한참을 이야기 하며 웹사이트를 둘러보는데 별의 별게 다 있다 싶었다. 케이지에 들어가 악어들과의 잠수라니. 소소하게 던진 주제를 가지고 도란도란 각자 할일을 하며 좁디좁은 책상에 나란히 데스크탑을 맞대로 앉아 각자 일에 집중하면서도 또 각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저물어가는 밤이 좋다. 이런게 행복이구나 싶은 저녁. 







# 경험이 아니라 체험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 했을 때 부터 우리는 여행이 아닌 모험을, 경험이 아닌 체험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이제야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여행 속에 모험이 포함되는 건 지, 모험 속에 여행의 범주가 포함되는 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 보아야 겠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우리 둘 모두 실제로 보거나 듣는 '경험'보다 실제로 몸소 직접 '체험'을 해 보는 걸 선호한다는 사실이었다. 신혼여행 장소를 고를 때도 어딜 갈 지 물어보는 지인들에게 (그 당시만 해도 결정되지 않았던 아프리카 vs 몰디브 혹은 발리와 같은) 우리의 양갈래 옵션을 이야기 해 줄때면,  "결혼식 준비에 피곤하니 무조건 휴양지 ㄱㄱ"라고 외치는 휴식 추구파와 20시간이 넘는 차고넘치는 비행시간을 넘기고 나면 마주하게 될 대자연 어드벤처의 시작을 상상의 나래와 함께 반짝이는 눈빛으로 귀를 쫑긋 열던 호기심파의 의견들이 분분했었다. 


결국은, 몰디브와 발리를 갔더라도 마치 현지인이 된 것 마냥 땡볕에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보고, 현지 식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동물과 벌레가 자연스레 노니는 나무 위 오두막에 올라가 지는 석양을 구경하며 마치 원주민마냥 지냈겠지만. 아무쪼록 이러나 저러나 우리에겐 <체험을 해야만 적성이 풀리는> 유전자가 둘 모두에게 포진되어 있는건 확실해 보인다. 우리에게 아직 아이는 없지만, 언젠가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 아이도 경험을 확장시켜 몸소 체험하며 모든걸 직접 겪어보며 아이만의 이야길 만들어가는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문득 드는 밤이다. 


6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된 우리. 6년 전을 떠올려 보며,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 변함없는 사실 중 하나가 있다면 신기하게도 눈 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미래였다. 6년 전 D를 보면서도, 그리고 지금 옆에 앉아있는 D를 보면서도 여전한 점은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큰 덩치에 아기띠를 메고 아이와 나와 셋이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진다는 점. 처음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할 때, 언제 또 가보겠니 라는 말과 함께 예약을 하긴 했지만, 우린 이미 알고있었다. 언제 또라는 말이 10년 안에는 꼭 한번은 더 일어날 거란걸. 꽤나 기대된다. 

이전 06화 ep 05. 아이쿠! 서로다른 행성 출신의 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