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라는 말이 있다. 비가 온 후에 땅은 질척거리게 된다. 땅이 마르고 난 후에는 아주 단단해 진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겪고 난 후에는 단련이 되어서 이전 보다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비가오지 않는다면 땅이 굳어질 일이 없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고생을 맛보지 않으면 낙이라는 존재를 모르고 지날 수도 있다. 한 번 더 단단해 지기 위해선 역경은 필수요소라고 볼 수 있다. 마냥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힘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고 있다. 예비 워킹맘도 이런 문제를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 하지만 하나씩 극복해 나가보니 극복한 후에 맛보는 단단해짐으로 내 자신을 더욱더 발전시키는 장점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어쩔 때는 태풍으로 어쩔 때는 가랑비로 어쩔 때는 소나기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영리함을 장착하고 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해야 된다. 매번 태풍 오듯이 대비를 하게 되면 작은 바람에도 지치기 마련이다. 또한 가랑비로 착각해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간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하나씩 역경을 잘 이겨내고 있는 엄마들이다. 아이를 낳고 12시간 넘게 잠을 못자는 경우가 생긴다. 이유 없이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하느라 엄마는 진을 뺀다. 제발이라는 말을 수백 번은 외쳐야 상황이 끝난다. 잠을 못자면 사람이 미친다는 실험을 수도 없이 감행한다. 멍한 정신으로 잠들라 치면 또다시 아이의 투정은 시작된다. 정말 환장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어떻게 했던가? 또다시 어르고 달래고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면서 하나씩 배워나가게 되고 이겨낼 수 있게 된다. 이때 엄마들의 우울지수는 하늘을 찌른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그랬지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우리아이들이 옆에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낳아 양육하면서 이미 많은 역경들과 마주쳤지만 지금 워킹맘, 주부라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우리가 참 잘 헤쳐 나왔음을 말해준다. 특급칭찬이 필요한 시기다. 무너질 시간 없이 너무나도 잘 견뎌냈다.
명심보감에 보면 역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채근담 전집88장
靜中靜非眞靜 動處靜得來 纔是性天之眞境
정중정비진정 동처정득래 재시성천지진경
樂處樂非眞樂 苦中樂得來 纔見以體之眞機
낙처락비진락 고중낙득래 재견이체지진기
고요한 속에서의 고요함은 참다운 고요함이 아니다. 고요한 속에서의 고요함을 지녀야만 비로소 마음이 참 경지를 얻었다 할 것이다. 즐거움은 참다운 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 속에서 즐거운 마음을 지녀야만 비로소 마음의 참된 쓰임을 볼 수 있다.
육아속 역경, 그리고 직장에서의 고난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는 참 경지를 얻었다고 생각하자. 내가 아니고서 누가 이것을 견뎌내겠는가? 지금도 잘 견뎌 내고 있다. 분명우리는 아주 단단해진 모습으로 모진풍파가 와도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매번 역경을 겪어내며 이전 보다 더 강해지는 엄마들이기에 어떤 두려움도 없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
어떤 직업이던 간에 인턴기간은 있을 것이다. 나또한 인턴 과정만 4년을 보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단계가 필요하다.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바로 손님들의 머리카락에 시술을 들어갈 수가 없다. 어떤 모발에 어떤 약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 모르는 상태이기에 그런 방법들을 하나씩 배워 나가야된다. 손님들 마다 모발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황색계 멜라닌색소가 많은지 적색계 멜라닌색소가 많은지에 따라 염색약 선택을 해야 되기에 염색공부도 해야 된다.
처음인턴시절에 약이고 뭐고 떠나서 서 있는 게 가장 힘들었다. 아침 출근하면서부터 내 담당 선생님의 자리 정리를 하고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한다. 그리고 예약판을 보며 대충 예약상황을 머리에 꾀고 있어야 된다. 그렇게 시작하면 밤새 앉을 틈도 없이 일을 해야 된다. 정말 죽을 맛이다. 항상 앉아 있기만 하던 나에겐 그보다 힘든 일은 없었다. 언제 들어올지 손님께 인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손님이 없어도 서 있어야 된다. 선생님들은 다 앉아있거나 직원실에 들어가 계시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손님 없는데 좀 앉아있고 싶기도 했고 짜증도 났었다. 지금에서야 그런 훈련이 왜 필요한지 알고 있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에너지소모가 많은 직업 특성상 견뎌낼 수가 없다.
인턴시절 사고를 얼마나 많이 치겠나, 그걸 뒷감당 하는 부분은 디자이너다. 안 그런 손님도 있겠지만 미용실에 가보면 시술자는 손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하루 종일 다른 주제로 대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날은 사회적 이슈가 하나 있으면 하루 종일 그 대화만 한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똑같은 말을 해야 된다. 나중에는 그 주제 첫 마디만 나와도 토가 나올 지경까지 간다. 게다가 손님들과 질 높은 대화를 하기 위해 책은 달고 산다. 인턴들은 손에 물마를 날도 없다. 결국 손이 다 터서 피가 나는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따뜻한 물이 닿으면 더 따갑다. 따가워도 어떻게 하나? 여름이 아닌 이상 찬물로 했다간 난리가 날 텐데, 꾹 참고 한다.
기술을 배우면서도 내손이 내 맘과 같지 않게 움직인다. 마음은 벌써 다했는데 현실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퇴근을 해도 숙제와 나머지연습을 한다. 그렇게 한 단계씩 수료를 해낸 후에 디자이너 승급시험을 본다. 디자이너가 되어서 처음에는 굉장히 열정적으로 한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클레임이 걸린다. 직원들 간의 불화도 얼마나 심한지 인턴 시절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펼쳐진다. 인턴과정이 없었으면 멘탈이 붕괴될 사건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경험이 다 지나간 지금, 무슨 일이 있건 인턴이 무슨 실수를 하건 나도 초지일관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인턴시절부터 경력자라는 타이틀이 생긴 나에게 처참한 역경은 쉴 틈 없이 찾아왔다. 지나고 보니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나보다.
엄마도 인턴과정이 있기에 지금의 자리에 내가 있다. 예비워킹맘이라는 인턴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는 멋진 워킹맘으로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누구나 실수하고 누구나 넘어진다. 일어서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있으면 발전이 없다. 이것 쯤이야 라는 마음으로 툭툭 털고 일어나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다시 해보자. 아이로 인해 상사에게 깨지는 날도 많고, 직원들과 트러블도 생긴다. 여러 트러블들이 있지만 그 또한 이겨내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된다. 이겨내다 보면 아주 단단해져 있는 나를 만난다. 후배 워킹맘들에게 좋은 표본이 될 수 있다. 비록 질척거리는 땅을 밟아야 되는 과정 그리고 땅이 건조되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어도 단단해지는 땅을 만날 날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건 결국 오게 되어있다. 당신은 지금처럼 잘 이겨낼 수 있다. 아주 잘하고 있는 최고의 엄마다.
아이가 제대로 된 걸음마를 하기 위해 몇 번씩이고 넘어지고 일어섰다 를 반복한다. 그 과정이 있어야만 아이는 걸음마를 하고 달릴 수 있다. 몇 번이고 넘어져도 된다. 헤쳐 나가는 방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몇 천 번이고 넘어진다. 이겨낼 수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못 할 것은 없다. 어설프면 어때 그 또한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단단한 워킹맘 단단한 엄마가 되자. 나는 오늘도 넘어졌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단단해지고 있는 멋진 워킹맘이다. 분명 나만의 워킹맘 반석은 누구보다 단단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