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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Jun 29. 2019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어딜 가나 인사를 잘하는 인사 왕이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들에게 마다 인사를 건넨다. 경비아저씨에겐 항상 씩씩하게 인사를 한다. 학교에서도 마주치는 선생님들께 그리고 선배와 후배에게 깍듯이 인사를 한다. 식당에서도 들어가면서 나올 때까지 인사를 입에 달고 산다. 마트를 가든 어디를 가든 인사가 일상이다. 그로인해 자기가 받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한 것인지 그 아이의 얼굴은 항상 보기 좋다. 분명 본인의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그 아이의 기분과 상관없이 풍기는 느낌은 사람을 참 좋게 한다. 덕분에 그 아이의 엄마는 덤으로 좋은 소리를 항상 듣는다. 딸을 정말 잘 키웠다면서 엄마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가만 보면 그 아이 엄마도 굉장히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아주 공손하게, 그런 모습을 항상 옆에서 봐와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그 아이는 다른건 모르겠지만 정말 인사하나는 끝내주게 잘한다. 물론 그런 인사성과 밝은 마음을 시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하다. 시샘하는 이들보다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웬만한 시샘에 끄떡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모습들을 본다. 이 둘은 멘탈도 아주 강한 사람들이라 시샘하는 이들이 나중에 지쳐버리는 경우도 많이 본다. 두 모녀는 서로가 서로에게 참 긍정적 에너지를 많이 준다. 볼 때 마다 느끼는 내 느낌이다. 서로가 정말 사랑으로 대하는 게 느껴진다. 물론 트러블이 있을 때는 누구보다 강하게 부딪히지만 화해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 막내 동생과 미자여사다. 내 동생은 어릴 때부터 나와 다르게 참 인사성이 좋은 아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인사가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막내 동생은 차원이 다른 인사 왕이다.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고 인사 하는 게 몸에 베인 아이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는데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



 막내 동생은 엄마와 붙어 있는 시간이 우리 세 자매 중에서 가장 적었을 것인데 우리 엄마의 행동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나는 느낀다. 가장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아버지가 갑자기 아파서 엄마가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약 1년 정도 지방 이곳저곳을 다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 져야 하는 엄마는 바쁘게 일했다. 막내 동생은 기숙사가 있는 곳으로 고등학교를 다녀서 일주일에 한번정도 엄마와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유학중이라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없다. 그런데 그 둘은 이상하게도 항상 붙어있던 것 마냥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닮았다. 나는 그중에서 그 둘의 모습 중에 최고 보기 좋은 모습은 인사성이다. 친정엄마는 지금도 아파트 모든 이들에게 인사를 한다. 물론 동생도 마찬가지다. 나도 어릴 적에는 동네아줌마 아저씨들 모르는 사람 없이 여기저기 전부 인사했을 때가 있었는데 점점 이웃들과 단절됨을 느끼면서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둘은 누가 되었던 간에 항상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둘 다 보면 인상하나 참 좋다. 아이를 낳아서 길러보니 그런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는 걸까?



 나도 요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교육덕분에 감사합니다 라는 말은 입에 항상 붙어있었다. 문제는 안녕하세요가 참 안됐다. 내가 건네는 인사는 참 힘들었다. 미용실에서는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가 참 잘됐는데 해안하게 미용실을 나와서는 왜 그게 그리도 힘든지. 그래도 하나씩 해보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들 앞에선 좀 더 신경 써서 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 우리아이들도 할 거라는 생각에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기분에 따라 내가 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덕분에 어른들이 참 좋아하신다.


 인사를 하면서 느낀 게 나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상대방도 기분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아이들에게는 지금도 끊임없이 인사훈련을 한다.



 하루는 친정엄마집에 아이들을 맡겨야 되는 상황이 있었다. 아이들을 맡기고 커피한잔 마시고 나오려는데 엄마가 “행복이 축복이 엄마 가시는데 인사해야지” 라면서 입구까지 따라 나오게 시켰다. 친정엄마는 항상 이랬다. 내가 어릴 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아버지에게 인사했다. 방학에 늦잠은 꿈도 못 꿨다. 밍기적 거리면 등짝을 때려가면서 인사를 시켰다. 뽀뽀는 덤으로 해야 하는 필수 코스였다. 친정엄마는 철저하게 예절이라는 교육을 시켜왔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나는 아직도 멀었지만 오늘도 아이들에게 인사를 시킨다.




 인사와 예의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구구절절 이야기 하는 것보다 아주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어학사전에 ‘인사’라는 단어의 유의어는 ‘예의’라고 나온다. ‘예의’라는 말의 유의어는 ‘버릇’ 과 ‘격’ 이라고 나온다. 아주 간단하다. 인사하나로 우리아이들에게 ‘예의’라는 좋은 버릇이 생기는 것이다. 사랑받는 아이로 자라기위해서는 인사는 필수 코스라고 생각한다. 인사는 예의다.



 축복이는 평소에는 굉장히 씩씩하지만 은근히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다. 한동안 인사를 잘하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등원을 시켜주는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가 하면 하원을 할 때 돌봄 선생님께 조차 인사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인사하라고 화를 낼까 하다가 인사를 안 좋은 기억으로 인식을 할까봐 좋은 말로 타이르는 것을 선택했다. 집에 돌아가는 차안에서 왜 돌봄 선생님께 인사하지 않았냐고 하니 쑥스러워서 그랬다고 한다. ‘쑥스러웠구나! 엄마가 모르고 계속 인사하라고 해서 미안해’라고 했더니 기분이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기회를 놓칠세라 엄마는 축복이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했더니 인사와 사랑받는 게 무슨 상관관계가 있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꿈벅꿈벅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아직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재인가 싶어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그 다음날 아침 등원시간에도 선생님이 엄마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해야지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도 몸을 베베꼬을 뿐 이였다. 하원 하는 길에 돌봄 선생님께도 마찬가지였다. 잘하다가 갑자기 안하려는 아이를 보니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안 잡혔다. 집에가는 차 안에서 온종일 생각한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축복아, 엄마가 너무 힘들어”라고 하니 아이는 왜 힘드냐며 또 아빠힘내세요를 열창을 했다. 열창이 끝나고 축복이가 아침에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주지 않으니 엄마가 일하는 동안 힘을 낼 수가 없었다고 했더니 조용히 고민에 빠졌다.



 다음날 축복이는 나에게 쑥스럽게 손을 흔들며 엄마 다녀오세요 라고 해줬다. 하원시간에도 들릴까 말까 한 소리로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을 나만 들었지만 축복이가 자기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에 타기 전부터 나는 오버의 여왕이 되어 아이에게 너무 사랑스럽다며 안아주고 뽀뽀해주었더니 완전 신이 나서는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았다. “축복이가 아침에 인사를 해준 덕분에 엄마는 오늘 하루 힘이 나서 열심히 일했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힘을 주는 축복이가 되면 좋겠다~” 라고 말을 해주었다. 다음날부터 조금씩 노력하는 축복이의 모습에 온갖 칭찬을 다해주었다. 나는 일부러 축복이 앞에서는 선생님들께 더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아이가 나를 보고 조금은 변화하는 계기가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한 톤 더 높여서 밝게 인사한다. 지금은 자동 폴더인사가 나올 정도로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되어 가고 있다. 여전히 자기 기분에 따라 등원인사는 했다 말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잘 해주리라 믿고 기다리는 중이다.



 예의 있는 아이로 양육하고 싶다면 인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감사를 표현할 수 있고 안부를 표현 할 수 있는 아이들이야 말로 사랑받아 마땅하다. 가정에서는 식사에서부터 시작 하면 된다. 그리고 출 퇴근 때 부모님에게 인사하는 방법 그리고 주변 이웃들에게 엄마아빠가 모범이 되어서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게 좋아보이든 나빠보이든 상관없이 따라한다. 이때 칭찬은 덤이다. 그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사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



 꼭 해야 될 것은 감사의 표현이다. 조그마한 것부터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양육하자. 나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참 많이 하는 편이다. 일부러 라도 열심히 한다. 감사함을 계속 입 밖으로 내면 정말 감사할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긍정의 힘이라도 되는 것인지 좋은 일들이 자꾸만 생겨나는 중이다. 감사할 줄 아는 아이는 어딜 가나 사랑 받을 수 있다. 우리아이들을 인사 잘 하는 아이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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