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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Mar 15. 2019

"꾀병 아니에요" 아무리 외쳐도…만성통증은 억울하다

사회적 관심 절실한 만성통증.. 뇌질환 일종일 수도

자영업자 김주학(남 54. 가명)씨. 6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려 왔다. 당시 진단명은 '단순 골절'. 정형외과 치료를 받고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어깨 쪽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프다고 호소할수록 '보상금을 노린 꾀병 아니냐'는 냉대만 돌아왔다.


김 씨는 다니던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로부터 '정신과' 치료를 권유받았다. 의사들도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정신과에서 심리검사와 인지기능검사를 받고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갔다. 마취통증의학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의 협진을 받으며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약물치료, 이완요법, 그룹치료 등을 받았다. 통증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나를 알아준다'는 심리적 위안에 삶이 훨씬 행복해졌다.


◆'만성통증'…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 

김 씨의 경우처럼 병원으로부터 '해줄 게 없다'는 통보를 받는 '만성통증' 환자는 주변에 의외로 많다. 정도가 다를 뿐 환자나 가족이 겪는 고통도 만만치 않다. 심한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는 것은 물론,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용철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겉으로는 멀쩡하기 때문에 꾀병으로 오인받지만 환자 본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평생 안고 사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의학계에선 만성통증을 뇌질환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급성통증이 오래되면 만성통증' 식의 개념이 아니라 만성통증을 하나의 독립된 정신신경계 질환으로 보는 시각이다. 어떤 '신체증상'이라기보다 '감정의 한 형태'로 보자는 것이다. 뇌에서 통증을 감지하는 부위가 우울증과 일치하는 데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실제 우울증 환자의 약 60% 정도는 설명되지 않는 통증을 동반하고 있고, 통증환자의 우울증 발병률도 일반인보다 약 4배 정도 더 높다"고 말했다. 즉 통증의 원인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통증이 지속될 경우, 이는 뇌기능 특히 감정 및 정서조절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부분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상 후 만성통증 생겼다면 정신과 치료 고려해야

이 같은 배경에서 최근에는 만성통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의 관련성이 중요하게 연구되고 있다. 즉 만성 통증 자체가 지속적 외상으로 작용하면서 외상후스트레장애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교통사고와 같은 외부적 충격 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통증이 계속된다면 뇌기능 손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정신과를 포함해 각 진료과목이 통합 치료를 하게 되는데 가장 좋은 효과는 '심리적 지지'에서 나온다고 한다. 강도형 교수는 "자신의 통증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증상 조절 효과가 있다"며 "특히 외상 당시 의식소실이나 기억 소실 등 증상이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정신과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꾀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절실

통증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분히 사회적이다. 우리 사회의 경우 정신적 문제보다는 신체적 증상에 좀 더 동정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보다 차라리 몸에 문제가 있는 쪽이 훨씬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인에서 독특하게 발견되는 '화병'과 연관 짓기도 한다. 화병은 스트레스가 분노가 되고 분노를 억압했을 때 생긴다고 한다. 이는 통증과 같은 신체증상과,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실제 화병은 뇌 속 '전두엽-변연계-뇌간' 등이 연관돼 있다고 보는데 이는 만성통증을 관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검사상 문제가 없지만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 사회적으로 흔히 '보상금'과 연관 짓는 시각이 환자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져야 하며 의료계에서도 만성통증에 대해 각 진료과가 협력해 치료하는 체계적 접근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프다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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