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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Mar 19. 2019

타이레놀·게보린.. 많이·자주 먹으면 내성 생길까

한 알로는 안 듣는 '통증'.. 두 알 먹자니 걱정되는 '내성'

장여성 A 씨(30)의 핸드백에 언제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진통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 그리고 말 못 할 생리통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 들어 진통제 한 알로는 부족해 두 알은 먹어줘야 통증이 잡히는 것 같다. A 씨는 "내성이 생겼나" 싶어 웬만한 통증은 참고 버텨보려고 노력한다. 진통제에도 내성이 생길 수 있을까. 그리고 A 씨처럼 진통제를 달고 살아도 큰 문제는 없는 것일까.


두 알의 진통제가 필요하게 된 이유

'어느 한 약물에 몸이 오래 동안 적응하다 보니, 양을 늘여줘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현상을 '내성'이라고 한다면 진통제는 내성이 없는 약이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의사마다, 병원 홈페이지마다 설명이 다르다. 또 A 씨처럼 "같은 효과를 위해 더 많은 약을 먹어야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흔한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마다 설명이 다른 이유는 다양한 종류의 진통제를 설명하면서 생긴 오해일 수 있다. 진통제는 그 성격에 따라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로 나눌 수 있는데, 마약성 진통제는 내성뿐 아니라 의존성, 중독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 의사 통제 아래 사용하므로 환자 입장에서 이런 부작용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반면 흔히 약국에서 구입해 먹는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등 비마약성 진통제(이하 일반의약품 진통제)에는 내성이 없다. 물론 의존성이나 중독성도 없다. 그렇다면 A 씨는 왜 점점 많은 양의 진통제가 필요하게 된 것일까.

문제는 약이 아니라 당신의 통증


일반의약품 진통제는 크게 단일 성분으로 이루어진 것과 복합성분이 있다. 단일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예 : 타이레놀 등), 이부프로펜 성분(부루펜 등), 아스피린 등이 있다. 이런 약은 내성 위험이 없다.


반면 주성분을 도와주는 부가 성분이 문제다. '카페인'이 대표적이다. 카페인은 의존성이 있다. 특정 감기약에 중독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도 카페인 때문이다.


일반의약품 진통제 중 카페인이 든 게보린이나 사리돈 등 제품은 카페인 의존성 때문에 더 많은 양을 원하게 될 순 있다. 하지만 매일 다량의 진통제를 장기간 먹는 극단적인 경우의 이야기다. 일주일에 두세 번 먹는 '불규칙한 복용자'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진통제를 장기간 먹으면, 이를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져 약이 더 빨리 분해되는 이유도 있다. 강희철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는 "약이 더 빨리 분해되므로 약효가 금방 사라지는 효과가 생기고, 이는 약을 더 자주 먹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진통제를 '매우' 규칙적으로 먹는 극히 일부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한편 약의 용량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약 때문이 아니라 그 질병 자체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즉 하루 한 알로 통제되던 두통이 두 알을 필요로 한다면, 자신의 두통이 더 심해진 것일 수 있단 말이다. 강 교수는 "진통제를 먹는다는 것이 통증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므로, 이를 통해 질병이 악화돼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 용량으로 안되면 병원을 찾아라


'약을 장기간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일반의약품 진통제 마니아들의 주된 고민거리다. 그러나 적정 용량만 지키면 문제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히려 부작용을 우려해 통증을 방치하는 게 문제라고 한다.


한편 장기간 먹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로는 '위장 장애'가 대표적이다. 일반의약품 진통제들은 대부분 NSAIDs(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 속하는데 이런 약들은 위장에 자극을 줘 심각할 경우 위출혈도 야기한다.


이미 위장 쪽 문제가 생겼다면 의료적 처치로 해결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엔 간단한 방법을 통해 위장을 보호할 수 있다. 위벽에 자극을 덜해주는 '겔포스'류의 약과 함께 먹는 방법이 있다. 그 외 잔트락, 알비스 등 위벽을 코팅해주는 수크랄페이드 성분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약들을 섞어 먹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예기치 않는 부작용도 있으므로 환자 본인이 약을 '조제해' 먹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황보영 한강성심병원 약제과장은 "진통제를 식후 30분이 아닌 바로 먹거나, 많은 양의 물과 함께 먹는 등 생활적인 측면을 먼저 시도해 보는 게 좋다"며 "그래도 안 될 경우 위장장애가 적은 아세트아미노펜을 선택하거나 병원을 찾아 원인을 해결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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