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 미혼으로 명절을 맞이하는 마음은 무겁다.
"만나는 사람은 있니? 결혼 소식은 없니?" 이런 질문을 대놓고 하는 친척들은 없다.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표정과 원하는 대답을 들려드리지 못하는 멋쩍은 내 모습만 있을 뿐.
"이제 네 나이가 몇이지?"라고 물으면, 괜히 한 살을 깎아, "서른셋이요."라고 답한다.
"어우 벌써? 이제 나이를 꽤 많이 먹었구나."라는 반응을 듣고 나면, 애써 한 살 깎은 내 모습이 더 초라해진다.
친척들을 만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 SNS를 켰다.
친구 한 명이 DM을 보냈다. 명절 인사를 가볍게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맞이한 가을방학에 친구도 나도 신나 있었다.
"이제 남편이랑 맥주 한 잔 하고 자려고!"
추석 당일 밤, 친구가 보낸 이 메시지가 어찌나 부러웠던지.
유독 금슬이 좋은 외삼촌과 숙모, 이제 태어난 지 50일 된 아이를 보고 있는 동생 부부, 두 아이들과 함께 시댁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 가족.
여러 가정의 모습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평범한 것들이 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것,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는 것, 다정하게 지내는 것, 불안해하지 않는 것, 안정된 삶을 살아나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20대 때 밤늦게까지 불 켜진 회사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저 많은 회사들 중에 날 받아줄 곳이 없을까?'
요즘은 불 켜진 아파트를 보며 생각한다.
'저 많은 아파트 중에 내가 살 곳 하나 없을까?'
대학교 4학년 여러 번의 서류 광탈을 맛본 후 실패의 쓴맛, 그리고 밀려오는 좌절이라는 감정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이름 들으면 알만한 직장에 재직하고 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결국 20대의 꿈을 이뤄냈듯, 30대인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들도 언젠가는 이뤄질 거라 믿는다.
내 배우자, 내 가정, 내 집.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나를 채워 나가자.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길로 걸어가자.
평범하게 사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