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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Apr 03. 2020

출발.

여행 시작

배낭을 메고 현관문을 나섰다.


'앞으로 몇 개월이나 돌아다니게 될까?'


등 뒤로 멀어져 가는 아파트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다. 이제 나는 편안히 지냈던 집을 떠나, 개고생을 할 예정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이 몰려왔다.


'일을 못 구하면 어쩌지?', '잘 곳을 못 구하면 어떡하지?'


최후의 보루로 가져온 텐트와 침낭이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며, 첫 번째 목적지로 향할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도시에서 크나큰 배낭을 메고 있어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첫 번째 목적지인 강화도로 가는 내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건물과 아파트가 가득했던 무채색 도시를 벗어나 논과 밭 그리고 나무들이 보이는 자연의 색을 담고 있는 시골로 들어왔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바로 근처에 있는 강화 풍물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북적일 줄 알았던 시장은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장 보러 온 사람들보다 물건을 팔기 위해 나와계신 상인분들이 더 많아 보였다. 시장 입구부터 강화 약쑥이라는 푯말이 눈에 띄었다. 나는 밖에서 나물을 팔고 계신 할머니 한 분께 인사를 드리고 말을 건네 보았다.


"안녕하세요~ 혹시 강화도 약쑥이 지금 많이 나오는 시기인가요?"


"그렇지. 지금이 한창 많이 나올 때야"


"그럼 이 약쑥 밭이 많은 곳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할머니는 한 마을을 알려주시면서, 그곳에 가면 약쑥 밭이 많을 거라고 하셨다. 나는 할머니가 알려주신 마을에 가기 위해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시골 버스는 도시에서 탔던 버스와는 다르게 시골 버스만의 느낌이 있었다. 하나같이 양손 가득 짐을 싣고 버스에 올라타시는 어르신들. 그런 어르신들을 천천히 기다려주시는 기사님까지.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잠시 후, 할머니가 알려주신 목적지에 내렸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약쑥 밭이 보이지 않아 지나가시던 할아버지께 물어보았다.


"할아버지 이 마을에 오면, 약쑥 밭이 많다고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해요?"


"옆 마을로 가야 해"


'그래, 처음부터 일이 술술 풀리면 재미없지' 버스 두세 정거장 정도만 가면 된다고 하시길래 마을 구경도 할 겸 슬슬 걸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시골에서의 버스 두 정거장은 도시의 두 정거장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아무리 걸어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 옆 마을이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 마을. 무작정 마을회관에 들어가 보았다.


"안녕하세요. 이곳이 약쑥으로 유명한 마을이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혹시 약쑥 밭에서 일해볼 수 있을까요?"


마을회관에 계시던 분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셨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마을에서 약쑥 체험장을 운영하시는 분을 소개해주셨다. 그곳에 가면 아마 할 일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됐다. 드디어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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