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병주 Dec 03. 2018

남이 하면 멋있고, 내가 하면 외로운

ep 03. 혼밥

 "의왼데요?"


 내가 혼밥을 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주변인들이 하나같이 꺼내는 말이다. 혼밥뿐만 아니라 나는 대체적으로 혼자 하는 모든 행위들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이고 비관적이다. 1인 가구의 전성시대라 불리는 2018년 12월 3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1인 식당, 1인 노래방, 1인 서비스 등 혼자서 충분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지금. 나는 여전히 혼자 하는 모든 것들이 어렵기만 하다.


 아 그런데 한 가지 예외는 있다. 혼영(혼자 영화)은 가능하다. 그 이유는 바로 영화로 밥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랄까. 전공을 영화로 선택해서 공부를 했고, 이제는 영화에 대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으니. 영화가 일이 된 나는 이 모든 이유들로 인해 혼자 보는 영화를 일이라는 생각으로 위안(?) 삼을 수 있기 때문에. 혼영은 크게 거리낌이 없어졌다.


 유독 나에게 혼자 하는 무언가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외로움. 이게 빠질 수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대화' 다. 무언가를 하고 난 후 그것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대화까지 포함해 나는 그 행위를 마무리했다고 정의한다. 밥을 먹고 난 후 그 메뉴에 대한 대화까지를 식사라고.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영화에 대한 대화까지를 영화 관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혼자 하는 모든 행위들에 대해서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화가 이어질 수 없기에 마무리를 지을 수 없다는 마음이 들고, 그 순간 공허하고 외로워진다.


ⓒ맛있는 녀석들

 

더 큰 이유. 바로 시선. 이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순댓국집에서 혼자 식사하는 사람, 바에서 혼자 위스키 한잔을 마시는 사람, 포장마차에서 혼자 가락국수 국물에 소주를 마시는 사람, 혼자 쇼핑을 하는 사람,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 멋있다. 이게 그들에 대한 내 생각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하려니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외로워 보인다. 모순이지만 그 모든 순간의 주인공들을 나로 바꿔보니 외로워 보인다. 나를 처량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혼자 각 국 여행을 떠나보았지만 그 안에서 함께할 누군가를 만나 또 함께가 된다. 만나지 못한다면? 굶었다. 밥에 대해서 만큼은. 그다음 함께가 되기 위한 누군가를 만날 때까지.


※번외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반론한다.


"인생은 함께야"


 이 세상은 절대 혼자 살 수 없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인데. 어차피 혼자라니.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혼자 살아가고 있는 걸까.


 정말 배고픈데 함께 밥을 먹을 누군가가 없는 일상 속에서도. 굶는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서 기다렸다는 듯 평소의 정량 이상을 거뜬히 먹어버린다.


 혼밥을 즐기고 좋아하는 지인들은 내게 혼밥의 매력에 대해 끊임없이 어필한다. 그들에게 내가 혼밥을 해내는 것은 본인들의 업적에게도 꽤나 이루고 싶은 일인가 보다. 마치 홈쇼핑의 쇼호스트처럼 나에게 혼밥이라는 상품을 팔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친구도 있다. 1. 혼자 먹기 좋은 식당을 가봐라 2. 정말 남 신경 안 쓰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 3. 메뉴도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4. 내가 먹은 것만 계산하면 된다. 등 혼밥에 대해 아주 많은 장점들을 늘어놓지만. 나에게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친구의 채널에서 판매되는 혼밥은 내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채널이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그걸 느꼈는지 마지막 필살기를 날렸다.


결국 주문했다.

 

 결국 해버렸다. 해내고 말았다. 외로웠고. 시선이 느껴졌고. 그리고 맛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어서 먹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쉬울 것 같은 메뉴로, 아주 넓고 사람이 저엉말 없는 맥도날드 매장을 골라 들어가서 성공했다.

20181127 거사를 치른 후

 30살의 끝자락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하며 해냈던 혼밥의 소감은 네 글자였다.


"별거 없네"


 아직 온전한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느끼긴 했다. 무언가를.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나는 진정한 혼밥러가 될 수 있을까? 이다음 혼밥 메뉴가 내 브런치에 등장할 수 있을까? 등장한다면 그 메뉴는 뭘까?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이 혼밥이 내 삶에 나비효과로 다가오길.


 

매거진의 이전글 냉혈인의 뜨거운 수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