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tic Eagle Nov 06. 2024

선을 넘어 봐야 선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때로는 선을 넘어봐야

선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선을 넘어서

잃은 사람의 자리는







다음에 그 선을 지킬 수 있어서

지킬 수 있었던 사람으로

대체되곤 하는 방식으로






첫 사랑의

그 감당할 수 없는 빈자리는









세월이 무색하게도

소용이 없을지언정






그리하여 현재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덜 중요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괜찮다는 말을

읊조려야 하면

안 괜찮다는 것을

알지만





일단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 위로해야 할 때가

있었고






막연한

공허함에

업무를 주입시키다 보면





아침은 안전히

저녁이 되었고,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하루가

오늘도 살아봐라고

버티고 있는 듯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주인공에게

같은 하루가

매번

주어지는 것마냥







일터로 향하는

시공간의 그

공허함은

어쩌면

누군가 곁에 있겠다고

결심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집이 그립다.





주문한 상품이 배송되는 집 말고




마음이 향해도 되는

집.







엄마 아빠가

있는 집이 아니라






내 마음이


일 끝나고

달려가도 되는 곳






그렇게 달려가면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는

수줍은 웃음이 보장되는

어느 관념적 시공간.







그 공간의 실물이

배송지임과 동시에

그대가 있어야 할 곳이라면

좋겠는.











관념은 변질되고

기억도 후퇴하고

마음도 예전같지 않겠지만








확실한 건





오늘 만나기로 한 당신을

오늘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일상의 가장 본질적인 기적이라는 것을.










선을 넘을 수 있지.




그래서 떠난다면

보내줘야 하고



그래서 곁에 있겠다면

선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은 방식으로









산다는 건.








거미줄의 그것만큼 정교하고

거미가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숙명 만큼

운명적인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저는 오늘 출근할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