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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병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

by 지미니

처음부터 이 일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아니, 돌봄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사람이었다.


나는 뉴질랜드에 살며

유학실장을 하고, 홍보 글을 쓰고,

학생과 부모의 진로를 연결하는 일을 했다.


삶은 평범했고, 때로는 조금 빠듯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왔다.


모든 것이 멈췄고,

모든 관계가 멀어졌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그 시절, 우연히 본 한 줄짜리 문구가

나를 멈춰 세웠다.


“사람을 돌보는 일은, 사람을 배우는 일입니다.”


돌봄이라는 단어가

낯설게도, 이상하게도

내 안에 천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알아보고, 수업을 듣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은 건

그저 내 삶에 따뜻한 일이 하나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어르신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의 권유도 아니었고,

멋진 목표도 없었다.

그냥, 이 일이 좋았다.


사람을 돌보는 일이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의 마지막 곁에 조용히 있는 사람이

이토록 사람스러운 일이었는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돌봄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한 사람의 하루를 지켜주는 힘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하루에 작은 빛이 되고 싶었다.



그게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이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이유다.



나의 한 줄


처음엔 내가 돌보는 줄 알았지만,
이 일은 나를 지키는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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