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피렌체(스쳐간 밀라노)
'으아... 잠을 한숨도 못 잤어..'
감은눈과 열린 귀로 밤을 지새웠지만, 여행효과인지, 시차 부적응인지 크게 문제 되는 컨디션은 아니었다.
조식이 맛있다는 우리의 숙소 '호텔 자반자티(?)' 후기를 검증하기 위해, 2명 정원으로 추정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이미 여러 여행객들이 조식을 즐기고 있었다. '투 카푸치노 플리즈' 커피를 주문하고, 빵을 챙겨 와 자리를 잡았다.
'흠... 다들 잠을 잘 잔 건가...'
옆테이블의 한국인 커플도, 건너편의 유럽인(?) 가족도 모두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주변 상황을 토대로 우리는
시차적응을 못한 것 때문으로 합의하고 이탈리아 카푸치노를 음미했다.
11월의 피렌체는 한국의 북국한파 대비해서는 약간 쌀쌀한 정도로,
'북국'출신인 우리는 아주 쾌적한 시즌을 선정한 와이프의 안목을 칭찬하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피티궁전, 가는 길에는 티브이에서 많이 본 베키오 다리도 볼 수 있었다.
피티궁에선 먼저 여러 그림과 조각상을 '스윽' 보고, 보볼리 정원으로 이동했다.
약간의 경사로와 약간의 헤맴으로 첫날부터 체력소진이 다소 있었지만 정상(?)에서 아기자기 한 피렌체 전경을 보니 내가 이탈리아 여행을 온 게 실감이 났다.
'여기 서봐 사진 찍어줄게' 라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는데,
핑크색 투피스를 깔맞춤 하시고, 핑크색 빵모자까지 쓰신
미국(?)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셨다.
우리 사진을 찍어주시며 연신 '오~ 쏘 뀨뜨~'를 연발하셨는데, 내가 보기엔 할머니가 더 귀여우셨다 ㅋㅋㅋ. '저... 저기.. 저희 곧 마흔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짧은 영어실력이므로 '땡큐'로 마무리했다.
둘이 '쏘뀨뜨'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서로를 보니, 뭔가 큐트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우리는 디스커버리 양털옷을 커플로 입고 있었다. '아... 우리 큐트 했겠다.....'
시원한 풍경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쏘 뀨뜨'..
역시 여행은 즐겁다.
다음 일정은 피렌체에 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티본스테이크를 먹으러 간다.
역시나 플랜왕 와이프가 자애롭게 예약해 놓으셔서 웨이팅 없이 입장했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빈자리 없이 가득 채워진 것을 보니 여간 맛집이 아닌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파스타, 기안티 와인을 주문하고 사람구경을 시작했는데,
현지인들도 많고 곳곳에 우리 코리안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아 여기 리얼맛집 맞네!
맛, 분위기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우리의 배 용량 부족으로 약간 헉헉대며 식당을 나왔다. 와인도 너무 맛있었다.
우리가 먹은 와인은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두칼레 오로 그란 셀라지오네' 였는데,
- 끼안티 클라시코 : 포도 품종(지역 등)
- 리제르바 두칼레 : 두칼레 공작이 저장해놓은거(너무 맛있어서 별도로 빼놧다는 거같음)
- 오로 : 라벨이 금색이다 (맛있다는 뜻 같음)
- 그란 셀라지오네 : 단일 포도밭에서 최상품으로 만듬
오로, 그란 셀라지오네는 특별한 해만 생산된다고 한다.
와인 전문가와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다. 귀국길에 한병 모셔왔다.
자..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가요? 넵,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입니다.
'딩디디 디~딩' 냉정과 열정사이 군요.
조금 걸어서 도착한 성당의 외관은 그림을 보는 느낌이었다.
'예쁘네'
성당 앞은 이미 입장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어... 이상하다.. 줄 서는 거 아닐 텐데....'
'내가 앞에 가볼게'
오잉 앞쪽으로 가보니 입장은 멈춰있고 관리자도 없었다.
흐음.. 여기저기 확인해 보니 그 줄은 무료입장 줄이었다. 헤헤.... 한 30분 기다렸는데...?
유료 입장은 조금 옆에 있었다. 줄은 없...^___^
간단한 짐검사를 하고 드디어 입장!
역사가 느껴지는 기둥들과, 돔 내부를 빼곡하게 채운 그림을 보니, 저건 어떻게 그렸을까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성당 내부와 지하 전시실을 둘러보고 하이라이트인 돔을 향한 등반을 시작했다.
'헉.. 헉.. 언제까지 올라가는 거야, 다 온건가.. 으악'
다리가 약간 말을 안들을 시점 앞서가던 와이프가 탄성을 뱉었다. '우와'
와.......
빨간 지붕 위로 붉은 석양이 비추는 피렌체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 모습을 두 눈에 꾹꾹 눌러 담기 위해 한참을 정상에 머물렀다.
박물관구경까지 하니, 밖은 캄캄해져 있었고 우리의 맛집 숙소 'Happy Hour'를 야무지게 즐기고
2일 차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토요일... 이니까 다들 집에서 쉬겠지?라고 불을 껐지만,
'웅성웅성' '웅성웅성'
'응? 어제보다 더 핫한데???'
오늘 잠도 역시 다 잔 것 같다. 난 오늘도 새벽 5시 청소차 소리와 함께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