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힘이 있다. 일단 눈에 시각적으로 보이는 거대한 물질이다. 건축물은 바닥에서부터 위로 높게 쌓아서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위로 쳐다보게 된다. 위로 쳐다본다는 것은 인간보다 높고 위용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오며, 나약하고 작은 인간들은 그것에 의지하고 신뢰하고 우러른다. 그것이 건축물의 힘이다.
우리나라에서 '종교'는, 신앙이나 교리, 말씀, 믿음 같은 단어보다는 '교회', '절', '성당'이라는 단어로 더 많이 거론된다. 기독교는 교회 다닌다고 하면 되고, 불교는 절에 다닌다고 하고, 가톨릭은 성당에 나간다고 한다. 무언가 어색하다. 나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예수님을 믿습니다. 부처님을 따릅니다. 같은 뉘앙스가 아닌 어느 장소나 공간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가 유럽 여행을 할 때 마주하게 되는 역사적인 성당들의 거대한 외형은, 중세시대 온갖 면죄부 판매로 인한 물질적 이득과 권력과 명예를 탐하는 성직자들의 씁쓸한 단면을 생각나게 한다. 고색창연한 중세 성당들이 종교와 신앙의 본질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현재 관광수익이나 올리면서 화려한 유물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것 또한 종교 건축물의 서글픈 운명이라면 운명이랄까.
한국의 은행권에서는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한 때, '교회대출'이라는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었다. 말인 즉,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대출 같은 것이 아니고, 교회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돈을 대출해주는 상품인 것. 우리나라가 20세기 말로 접어들 때 즈음 왠지 모르게 기독교와 가톨릭 열풍이 있었고 성직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밀려오는 성도들과 돈의 물살에 못 이겨 상가건물이든 벽돌 건물이든 교회와 성당을 세웠는데, 그러한 예배당을 세우는 족족 성도수가 늘어나고 헌금이 늘어나고 보다 더욱 멋지고 화려한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이다. 생각해보면, 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던 80년대만 해도, 사탕을 나누어주고 가방을 공짜로 나누어주고 일종의 소속감을 안겨주었던 교회의 집사님들이 이리저리 골목골목을 돌아다니고 이웃집의 대문 초인종을 눌러가며 전도를 하러 다니던 모습들이 눈에 선한 것 같기도 하다. 일요일이면 어디 마땅히 놀러 갈 곳도 없으니, 아이들은 무료로 맛있는 것을 나누어주고 친구들이 많은 교회에 자연스럽게 다니게 되었고, 여름성경학교니 수련회니 하면서 가난하게 살았던 당시 큰돈을 들이지 않고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교회에 보낼 수 있었던 환경이기도 하였으니까.
그런데 한편으로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민족 특유의 설움과 고통이 내땅, 내논, 내집에 서려있는 문화이다. 단기간의 경제발전과 주택공급으로 인하여 졸부들이 탄생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쉽고 편리한 방법으로 아파트를 거주공간으로 마련하게 된 21세기의 문턱. 그 과정 속에서 콘크리트 더미로 신속하게 쌓아 올려져 탄생하는 바로 그 '건축물'이라는 것은, 가진 것 없이 살고 핍박 받고 살던 우리에게 재산을 안겨주는 기둥이자 대들보였다. 세상에 조물주가 있다면 그 위에는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아파트가 없으면 큰돈을 벌 수가 없고, 건축물이 없으면 그 동네는 발전을 하지 못한다. 신도시든 구도시든 무언가 눈에 보이는 건물을 마구 세워야 피가 도는 것 같고, 돈이 굴러가는 것 같다. 아.... 이 잔혹한 건축물 신드롬.
성경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교회 건축물 또한 같은 맥락이다. 보통 나처럼 성경을 나일롱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교회 건축물은 '성전'이라는 단어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데, 사실 성경에서 말하는 성전이라는 것은 비단 돌조각으로 쌓아 올린 물질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유대인들과 여러 유대의 왕들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제물을 바치기 위한 거룩한 장소를 건축하였다고는 하지만, 성전이라는 것은 성도들 각자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믿음 생활을 하는 각자의 인식과 마음 자체, 각각의 신체까지 모두 포함하여 말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성전이라는 것은 다수가 아닌 개개인, 즉 1대 1 신앙의 본질적 가치관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한민국 교회'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오히려 그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성전이라는 것과는 반대로 다소 거리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비록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단기간의 개화와 경제성장, 분단과 민주화의 통증을 앓으면서 충분히 발효해내지 못하였던 것들이 종교관을 얇고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의 근본은 비나이다를 외치면 소원을 들어주는 기복신앙이 아닐진대,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성장과 축복에만 들뜬 나머지 믿음 생활 자체의 고유한 성질, 즉 만들어진 존재가 창조주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헌신적 종교관에 대해서 너무 인색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외형이 근사한 건물의 교회를 다니면 어떠한 기분일까. 커다란 예배당에서 멋들어진 십자가를 배경으로 한 강단에 우아한 가운을 입은 목사가 축도를 하면 왠지 일주일간은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 만 같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옥탑이 하늘 높이 솟아있고, 넓고 넓은 주차장에 식당과 카페까지 있는 교회라면 마치 휴양을 온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보다 비싸 보이고 보다 이쁜 건물의 외형을 한 교회에 다니고 있으면 왠지 나의 신앙과 마음까지 드높아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주변 신도들의 환영의 말들과 온갖 배려, 위로와 위안이 나를 구름 위로 띄워준다. 기분이 좋은 나는 지갑에서 평소보다 많은 돈을 꺼내어서 기꺼이 헌금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귀가한다. 어디 상가 귀퉁이에 월세로 들어간 작고 초라해 보이는 교회에서는 느끼지 못한 환대와 위안이 나를 기분 좋게 해 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교회, 사람들이 원하는 위로와 위안을 주는 교회, 사람들이 겉에서 보면 꼭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웅장하고 그럴싸한 단독 건축물을 가진 교회. 그것이 오늘날의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의 외형이 보잘것없고, 주차장은 비좁으며, 카페와 식당도 없고 누구에게 추천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하다면, 과연 그것이 성경에 어긋나는 것일지 참으로 궁금하다. 헌금이나 돈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유튜브에서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다면 그것은 성경에 어긋나는 것일까. 나는 복을 원하지도 않고, 사업의 성공을 원하지도 않고, 내 아들이 일류대에 입학하는 것을 바라지도 않고 오로지 내가 창조주에게 감사하기 위해서 일방적인 예배를 드린다면 하나님은 부담스러워할까.
건축물에 매몰된 이 시대의 신앙을 재고해보기 위하여, 건축학도가 잡글을 써본다.
[사도행전 7:46-50]
다윗이 하나님 앞에서 은혜를 받아 야곱의 집을 위하여 하나님의 처소를 준비케 하여 달라 하더니 솔로몬이 그를 위하여 집을 지었느니라 그러나 '지극히 높으신 이는 손으로 지은 곳에 계시지 아니하시나니' 선지자의 말한바 주께서 가라사대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등상이니 너희가 나를 위하여 무슨 집을 짓겠으며 나의 안식할 처소가 어디뇨 이 모든 것이 다 내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냐 함과 같으니라
[요한복음 2:13-22]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더니 성전 안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 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사람들의 앉은 것을 보시고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어 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비둘기 파는 사람들에게 이르시되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하시니 제자들이 성경 말씀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한 것을 기억하더라 이에 유대인들이 대답하여 예수께 말하기를 네가 이런 일을 행하니 무슨 표적을 우리에게 보이겠느뇨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유대인들이 가로되 이 성전은 사십 륙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뇨 하더라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및 예수의 하신 말씀을 믿었더라
[고린도전서 3:16-17]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
[마태복음 6:5-6]
또 너희가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되지 말라 저희는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저희는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