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이 변하는 경우

by Silverback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인생 반 이상 살아보니 그 말이 점점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첫인상은 다소 답답하고 심심하고, 무언가 맘에 안 들고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매력을 발하고 진국처럼 다가오며 급기야 얼굴까지 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첫인상이 너무 좋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뜻도 된다.


사람의 얼굴이 변하는 경험은 신기하다. 그것은 체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얼굴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몸짓과, 형체와 빛깔과 표정과, 모든 제스처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그 사람의 독특한 얼굴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言語)'이다. 언어에는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큰 역할을 하며 억양이 배어있으며 각종 강세, 문장을 끊고 연결해서 쓰는 길이, 음절이 분리되고 뜸을 들이며 기다리는 시간, 단어의 완숙도, 상대방의 의중을 살피고 서로 교환되는 뜻을 발효하는 과정까지 모두 포함된다.


사람의 언어는 글만으로도 충분히 나타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것을 직접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말만 그럴싸하게 하는 정치인들이나 변호사들, 각종 달변가들의 언변들도 윤기가 흐르고 강약을 넘나드는 매력이 있지만, 이는 말을 아끼고 아껴서 자기 속으로 깊이 되새김하여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효율적이고 함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언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시중에서 파는 조미료와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서 담근 장맛의 차이는 혓바닥의 감각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느 날인가, 출퇴근을 하며 매일 지나치는 점포를 우연히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주인분의 지극히 평범하고 심심했던 인상이라는 것이, 그 사람이 사용하는 단 몇 마디 되지 않는 문장과 목소리, 그 단아한 억양과 서술어에 의해서 서서히 변모하였으며, 그 사람의 언어를 듣는 내가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서 완전히 압도당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5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고요하게 퍼지는 인격체의 성숙하고 우아한 말소리. 그 와중에 서서히 변했던 그분의 얼굴과 아우라. 이러한 느낌은 미모의 연예인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이지적인 풍모와 인간 내면의 고유한 무게에 의해서 인간의 얼굴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기분 말이다.


성경에서는 초지일관 말의 무게와 중요성을 다룬다. 성경에서는 이 세상이 하나님의 단 하나의 언어로 만들어졌다고 기록한다. 세상이 콘크리트나 포크레인이나 마술 지팡이가 아닌, 말(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성경에서 말하는 언어와 관련된 선언에 강력한 힘을 느낀다. 성경에 기록된 언어관은 종교와 신앙과 국경을 뛰어넘어 온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선하고 강하게 적용된다. 물론 다른 경전들도 인간의 말 자체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을 리 없겠지만, 세상이 말로 지어졌다는 창조주의 말이 기록된 것이니 그 비중이 얼마나 크겠는가.


온갖 욕설이 인터넷에서 흘러넘치고, 입에 담기에도 수치스러운 뿌리를 갖고 있는 비속어가 공공연하게 공중파 방송에서 사용되는 시대에,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과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의 가치를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사람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반대로 입에서 나오는 것이 없어도 살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치명적으로 필요한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더욱 값지게 해야 할 것인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당신의 모습을 완성시키는지, 아니면 입에서 나오는 것이 당신의 모습을 완성시키는지 깊게 생각해볼 일이다.


[에베소서 5:3-4]

음행과 온갖 더러운 것과 탐욕은 너희 중에서 그 이름이라도 부르지 말라 이는 성도의 마땅한 바니라. 누추함과 어리석은 말이나 희롱의 말이 마땅치 아니하니 돌이켜 감사하는 말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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