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눈으로 봐야 믿겠소?

by Silverback


눈으로 인간의 세포를 볼 수 없었던 시절에는 무조건적인 신앙의 믿음이 필요했다. 눈으로 확인하고 증거를 찾는 일은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의심이 많으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던 시절. 일식이 일어나면 신의 노여움이라 해석했고, 전염병이 돌면 재앙이라고 여겼다. 미시세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공포감은 더욱 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눈이 확장된다. 망원경으로 밤하늘 우주 먼 곳에 있는 행성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현미경으로는 세균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시력에 확신을 갖게 되면서부터 무엇이든 객관적으로 밝혀내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종교는 점점 인내심 많고 호기심 많은 과학자들의 도마 위에 올려지게 된다.


그러던 와중 물리학의 천지개벽이 일어나던 20세기 초반,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원자의 내부 모습은 크기를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원자핵과 전자가 위계를 갖고 있는 것이 전부이며 실제로 그 공간은 텅 비어있다는 것이 확인이 되는데, 이는 크기를 비유하자면 하나의 원자를 서울시 정도의 크기라고 비유할 때 원자핵은 지금 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이고 전자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서 돌고 있는 드론의 비율과 같다고 한다. 즉 서울시라는 그 큰 공간 속에 나와 드론 2 개체만이 서로 멀리 떨어져서 아슬아슬하게 존재하는 것이고 그 사이는 아득하게 텅 비어있다는 것. 그것도 2차원의 평면 상태가 아닌 3차원의 구체 형태로 말이다. 물론 각 원자들은 서로 장(field)이라는 전기적 구조가 둘러싸고 있어서 사람이 박수도 칠 수 있는 것이고, 그림자가 생기기도 하고, 투명인간처럼 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원자모형의 발견은, 그간 묻지 마 신앙을 강요하던 중세시대 창조론의 믿음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마치 태양과 지구, 지구와 달의 관계를 연상케하는 원자모형의 구조를 가만히 구경해보면 나처럼 호기심 많은 나이롱 신자들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상상을 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지구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지금까지 밝혀낸 우주 모든 물질의 원자핵과 전자를 빈 공간 없이 모아서 뭉치면 당구공 정도의 크기로 압축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성경의 내용을 참고해볼 때, 하나님이 손에 쥐기 쉬운 크기의 당구공을 들고선 위로 던져 올렸더니 그대로 폭발 팽창으로 터지면서 이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빅뱅이론을 그럴싸하게 시사한다는 점. 또한 각종 은하계와 행성들의 모습이 원자핵을 따라서 공전하는 전자의 모습과 일치한다는 점. 그리고 만약 원자를 붙들어주는 전기장(field)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조건이 된다면, 모든 물질들은 그 자체가 허공 상태인 서로의 형체를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눈으로 보여달라고 외쳐대던 시기에 금기시되던 것들이, 과학문명의 발달로 모두 풀어헤쳐진 지금. 날이 갈수록 오히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을 많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물리학이 발전할수록 모든 것을 사람의 눈으로 증명해내고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것만 존재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기가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가? 와이파이가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가? 라디오 주파수가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가? 심지어 조금만 더 있으면 무선충전이 일상화될 텐데, 그 수많은 비가시적 현상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한 미시세계의 구조를 어떻게 눈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인가.


인간에게 이 세상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길수록 굳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는 것은 허무일 뿐. 어쩌면 솔로몬이 외쳐댄 그 허무가 당시 하나님의 세계를 모두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꼭 눈으로 봐야 믿겠냐고 질책하는 하나님의 목소리 뒤에는 오히려 눈으로 보면 볼수록 더욱 나에게 빠져들 것이라고 반문하는 귀여운 냉소적 창조주의 모습이 있지 않을까 자유롭게 상상해볼 일이다.


[요한복음 20:25]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이르되 우리가 주를 보았노라 하니 도마가 가로되 내가 그 손의 못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하니라


[요한복음 20:27]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고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라 되라


[요한복음 20:29]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마태복음 12:38-40]

그때에 서기관과 바리새인 중 몇 사람이 말하되 선생님이여 우리에게 표적을 보여 주시기를 원하나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표적을 구하나 선지자 요나의 표적밖에는 보일 표적이 없느니라 요나가 밤낮 사흘을 큰 물고기 뱃속에 있었던 것같이 인자도 밤낮 사흘을 땅 속에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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