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믿지 마세요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제목을 믿지 마세요]
선선한 바람과 함께 촉촉한 비가 내리는 5월의 첫 주말이자 '어린이날' 아침, 거실에 앉아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을 읽었다. 한글 제목도 짧지 않은데, 부제도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키워내고 싶은 학부모를 겨냥한 '타이틀'이라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이 책에서는 법 철학자 교수 아버지가,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권리, 복수, 처벌, 권위, 언어에서 젠더, 인종, 지식, 진실, 정신, 무한, 신에 이르는 철학적 대화를 나눈다.
주제는 묵직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용은 아이들의 관심사에서 벗어나지 않으니까.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탄산음료를 마실 권리가 있는데, 부모가 제재할 권리가 있는가?
거짓말을 했는데, 진짜였다면 그건 거짓말일까?
나를 바보 멍청이라고 부른 사람에게 복수를 해도 될까? 어떤 형태로 해야 할까?
아빠가 하라고 한 것이 모든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가?
엄마가 보는 빨간색이 내가 보는 빨간색과 동일할까?
이런 식의 질문과 대답, 옛 사상가들의 생각, 현대 철학자들의 해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5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그리고 아이들과의 대화와 가벼운 소재로 '위장'했지만, 때로는 상당한 수준의 '이해력' 또는 '배경 지식'을 요하는 논리와 추론은 독자를 시험에 들게 하기도 한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권할 만한 책.
하지만 제목을 믿지는 말기 바란다. 적어도 참을 수 없이 웃긴 책은 아니니까.
혹시 이 책이 한없이 웃기다면 정말 '철학자'의 자질이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독서노트 #못말리게시끄럽고참을수없이웃긴철학책 #어크로스 #스콧허쇼비츠 #혼란스러운세상에서논리적으로생각하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