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부엘링 항공 탑승기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가는 길. 검색을 하면 가끔 기차를 타고 간 듯한 모습이 보이는데 정보가 많지 않았다. 있는 정보마저 혼란 그 자체. 기차를 타고 한 번에 간 사람, 기차에서 버스로 환승한 사람, 비행기를 타고 간 사람. 다양한 정보 속 비행기 말고는 확신이 서는 게 없었다.
직접 렌페 사이트로 들어가 검색도 해봤다. 버스 그림이 뜨는 걸 보니 버스 환승이 있긴 한데 기차 사이트에서 이렇게 알려주니 더더욱 헷갈렸다. 분명 야간열차가 있다고 했는데 야간에 운영하는 열차는 또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야간열차를 운행하던 그라나다 역사의 공사로 인해 운행이 중단된 것. 공사를 얼마나 크게 하는 중인지 2018년에 한 카페에 올라온 글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
결국 가급적이면 피하려던 유럽의 저가항공사를 또 타게 되었다. 마드리드에서 포르토에 갈 때 탄 라이언 에어와는 또 다른 항공사, 부엘링 항공으로.
부엘링 항공은 다른 유럽 저가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악명이 높았다. 물론 이 역시도 먼저 경험 라이언에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본 이들이 더 많은 글을 남기기 때문에 유독 문제가 많아 보이는 것이겠지만, 그게 나한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웬만하면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물건이 사라질 수도 있고 파손도 될 수 있지만 항공사 대처가 말도 안 되니까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대망의 탑승일. 라이언에어가 악명과는 다르게 아무 일도 없었고 되려 긍정적인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걱정이 덜했다. 거기다 저가항공사 이용 시 문제가 많이 되는 위탁수하물 무게도 부엘링 항공이 3kg 더 나가도 괜찮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걱정 또한 덜했고, 그래서 그라나다 공항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엘링 항공 티켓 Info.
부엘링 항공을 이용하는 국내 여행객들은 위탁수하물 때문에 Optima 티켓을 사야 할 것이다. Optima는 Basic의 다음 단계로, 기내 수하물 1개, 위탁 수하물 23kg가 포함되어있다.
부엘링 항공 카더라 정리
1. 티켓 예약 내역은 프린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
2. 기내 수하물 검사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기내용 캐리어 크기의 배낭도 검사 없이 통과했다.
3. 위탁 수하물 무게는 칼 같이 검사한다.
그라나다 공항은 그리 크지 않다. 수속하는 곳은 국내 지방 공항보다도 더 작지 않을까 싶다. 넓은 공항을 급하게 누비느라 힘들 일은 없었다.
"사람 엄청 많다."
부엘링 항공 수속 창구는 개수가 많았지만, 그만큼 탑승자도 많았다. 국내선을 탑승하는데 2시간 전부터 오라고 안내를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안내받은 대로 맞추어 도착했지만, 괜히 많은 인파에 조바심이 났다. 들어가는 데에도 더 시간이 걸릴 거니까.
수하물 파손 대비 사진도 찍고 항공 티켓 내용도 읽어보며 기다리니 금방 우리 차례가 왔다. 티켓을 받아 수속 절차를 밟으러 갔다.
"부엘링 항공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네?"
다른 항공사 대비 이용객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모든 항공사가 나뉘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부엘링 항공은 들어가는 곳부터가 달랐다. 별도의 공간으로 가 짐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계속 분리된 공간으로 걸어가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수속 절차를 마치고 면세품 판매하는 곳으로 왔다.
"여기서 아침이나 먹을까?"
"빵 간단하게 먹을까?"
"그래."
"음료는 오렌지 주스? 카페 콘 레체?"
"완전 스페인 식이네?"
부엘링 항공 이용객을 위해 따로 마련된 곳은 혼잡하지 않았다. 덕분에 여유롭게 와 이른 비행시간 때문에 못 먹은 아침을 공항에서 해결했다. 이제는 적응한 스페인식 아침식사로 알아서 꾸려서.
"우린 이번에도 지연 안됐다."
"밥 먹듯 지연한다더니 그건 아니네!"
다행히도 단 5분도 지연이 되지 않았다. 역시 기대가 없으면 뭘 해도 긍정적이라고, 정시 출발이라는 사실에 괜히 기분이 더 좋아졌다. 바로 줄 서서 탑승할 준비를 했다.
직접 걸어서 타러 가는 길. 여유롭게 비행기를 멀리서부터 보며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항상 비행기 바로 앞에서 급급하게 혼자 사진 찍기 바빴는데 엄마랑 둘이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그러다 보면 없던 설렘도 생기는 것 같아서.
"이 비행기도 의자 엄청 얇아."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앞뒤로 격하게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의자 판이 얇다. 앞뒤 공간도 좁고. 사람을 최대한 많이 태우는 데에 집중한 듯했다.
"밑에 봐. 다 보여."
약 1시간 30분의 비행. 날이 맑은 덕에 가는 길 내내 육지가 아래로 훤하게 보였다. 비행기 날개도 슬쩍 보고. 노란 날개가 파란 하늘이랑 참 잘 어울렸다.
"제시간에 왔네."
라이언에어와 다르게 착지까지 부드러웠던 비행. 무사히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다. 캐리어까지 모두 안전하게 금방 찾아 공항을 나섰다.
한 해에 올라오는 좋지 않은 후기들로 미루어 봤을 때 문제가 없는 건 아닌 거 같으니, 우리의 운도 상당히 따르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바르셀로나에서 니스로 떠날 때 또 한 번의 부엘링 항공 이용이 있었지만, 똑같이 정시에 출발했다. 되려 국내 항공사들의 떨어지는 정시성에 화가 날만큼 칼 같은 정시 출발이었다. 거기다 모든지 빨랐다. 탑승도, 위탁 수하물도, 수속 절차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빠름 빠름 그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