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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Jul 19. 2023

왜 아프리카는 유럽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가, <총균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고


왜 아프리카 대륙은 인류가 가장 먼저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문명이 발달하지 못하고 식민지 역사를 살게 되었을까? 왜 유라시아 대륙은 아프리카 대륙보다 인류가 늦게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문명의 발달을 누리며 살고 있을까?


<총, 균, 쇠>는 이것에 대한 대답이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의도를 가지고, 혹은 아주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적인 영향’으로 연결 지으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원래 그래’라는 한 마디로 인간 사이에 급을 나누려 하고, 그것을 통해 그들에 대한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려 한다.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히틀러가 그랬고,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그렇다.


하지만 <총, 균, 쇠>에 의하면, 이것은 특정 사람들의 유전, 본연의 성질과는 상관이 없다. 이것은 우연히도 그 대륙에 뿌리를 내렸던 선조들의 ‘운’에 달린 것이었으며, 정확하게는 ‘환경’과 영향이 크다.






#식량 생산으로 비롯된 이점들

그 환경의 키는 ‘식량 생산’에 있다. 식량을 생산한다는 것은 같은 면적의 땅에 의존해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이고, 수렵∙채집을 하며 돌아다녀야 했던 생활에서 정주형의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것은 선순환이 되어 산아 간격이 줄어들어 인구 밀도가 더 높아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잉여 식량 저장이 가능하기에 농경민, 사냥꾼 이외의 전문가(군인, 왕, 관료 등)를 육성할 수 있었는데, 즉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는 의미다. 또한 한 곳에 머문다는 것은 동∙식물을 가축화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인데, 그 동∙식물을 통해 인간은 천연 섬유, 단백질원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운송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 가축화된 동물은 다양한 병원균을 초래했는데, 그로 인해 대형 포유류를 가축화 한 사회의 사람들은 그 병원균에 면역을 갖추게 되었다. 그 외에도 총기, 쇠무기, 말을 통한 군사 기술의 발전, 중앙집권적 정치조직, 문자 등은 모두 식량 생산이 근원이 되어 파생된 많은 요인들로 인한 이점이 되었다.





#유라시아가 가졌던 환경적 이점

이 시점에서 결국 저것을 하지 못한 ‘인간’들의 문제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문을 제시한 사람들에게는 불행히도-그들을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다행히도-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이 살던 대륙이 식량 생산이 가능한 토양과 환경을 가졌는지, 가축화할 수 있는 대형 포유류가 있었는지, 그리고 대륙이 동서축을 가졌는지, 남북축을 가졌는지 등등 ‘환경’적인 문제가 크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겨울은 온난다습, 여름은 길고 더운 지중해성 기후를 타고나 콩류, 곡류 등 한해살이 식물들(빨리 자라게 해서, 빨리 재배 가능)에게 유용했고, 고대 대형 포유류 14종 중 13종은 모두 유라시아에 국한되어 있었다. 또한 식량 생산 전파는 동서축이 남북축보다 유리한데, 이유는 동서축은 위도가 같기 때문에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아 빠르게 식량 생산 방법이나 식물이 전파되기 쉬운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와인의 경우도 미국의 오레건 주와 프랑스의 부르고뉴는 위도가 같아 같은 종류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데, 두 곳에서 모두 키우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닌 피노 누아를 재배하고 있다.


반면, 남북축은 위도 변화에 따른 환경 변화(낮의 길이, 계절 변화, 질병, 기온/강수량, 생식지 등)가 심해 전파에 한계가 있다. 남북아메리카의 남북길이는 무려 약 14500km로 서남아시아의 전파 속도가 연평균 약 1.1km라면, 멕시코에서 미국 서남부 전파 연평균 속도는 0.8km 이하다. 게다가 중간에 지형적인 장애물까지 있다면 그 속도는 더욱 느릴 수밖에 없다.






#분석은 책 안에, 미래는 책 밖에

여기까지가 <총, 균, 쇠> 본문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서만 끝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나는 이 책의 뒤에 삽입된 <증보판>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과연 유라시아 대륙이 아닌,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까?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 우리가 못나서 그런 게 아니라, 환경으로 인한 것이구나. 다행이야, 여지가 있네?’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아, 환경 때문이네? 근데 그 환경은 변할 수가 없네? 우리는 여전히 남북으로 긴 대륙에 살고 있고, 여전히 수렵에 더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는데? 그러면 우린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네?’라고 포기할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결국 이러한 환경적 제약, 그에 따른 심리적 방어를 걷어내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빈부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증보판>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더 각각의 정치기구, 각각의 나라가 해 나가야 한다고 끝맺는다. 그런데 또 그런 생각도 든다. 그들이 필요하지 않다면, 그들이 지금의 생활로도 충분하다고 느낀다면 꼭 문명화가 되어야 하는 걸까. 결국 <총, 균, 쇠>는 대륙간의 문명화 차이에 대한 원인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분석해 주었지만, 어쨌든 미래는 책 밖에 있다.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가 궁금하다. 과연, 판도가 바뀔 날이 올까.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백인 인종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리적, 생물지리학적 우연
(특히 두 대륙의 면적, 축의 방향, 야생 동식물 등)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적 궤적이 달라진 것은
궁극적으로 부동산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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