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거리로 인해 그동안 몰라왔던(모르고 싶었던) 현지 업무가 몰려들며 오늘도 역시 야근이다.
오늘은 별 특별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최근 나를 힘들게 하는 글로벌 업무 세 가지를 꼽아보려고 한다.
김경호가 부릅니다.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글로벌 컴퍼니면, 영어가 베이스거든요"
글로벌 업무를 하다 보면, 의외로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것은 바로 영어 소통이다.
대학생 때처럼 친구들과 스몰토크를 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비즈니스 영어로 잘 갖추어 이야기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영어보다도 더 힘든 상황은 단순 번역이다. 한국이 HQ인 회사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한국어로 시작되는 것은 글로벌 업무에 있어 일종의 재앙과 다름없다. 왜냐하면, 자동적으로 시스템이 바꿔주는 것이 아닌 이상 중간에서 법인소통을 위해 영어로 번역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번역을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단한 내용이었으면 번역 업체에 맡기는 것이 여러모로 깔끔하다. 하지만, 한국어로 되어있는 이미지 파일명들, 한국어로 되어있는 손익 파일 안의 항목명들과 한국 원화로 표기되어 있는 숫자들은 남에게 맡기자니 대단치도 않아 내가 해야만 하는, 그러나 시간이 꽤 소요되는 일이다. 덕분에 실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덤.
오늘은 올해의 전략 숫자들을 세팅하는 최종 날이었다. 어제부터 태국팀 팀장은 내게 P&L 자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오늘 오전 중 주겠노라 했는데 이게 웬걸.
파일을 열어보니 한국어와 한국 원화 기준으로 된 숫자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심지어 이런 상황 아니면 영어로 잘 쓰지 않는 회계 관련 단어들. 급히 챗GPT를 돌려 적당한 단어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작년 환율 기준으로 세팅된 목표들은 올해 환율 버전으로도 업데이트되어야 하는 터라, 단순 번역과 단순 계산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처음 론칭 준비를 할 때에는 한국어로 된 이미지파일명을 모두 영어로 하나하나 변경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어야 했는데, 오늘도 역시 단순 번역에 촉박함을 느끼는 나였다.
이쯤 되면 간절히 바라는 한글 공용어의 꿈.
(BTS 만세, 세종대왕 만세)
챗GPT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태국은 세금이 많이 부족한가? 통관의 늪"
지금까지 중국, 싱가포르와 일을 했었고, 지금 태국 법인과 일을 하고 있지만
이다지도 통관이 어렵고 힘든 국가는 또 처음이다.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태국 세관과 통관으로 실랑이를 하는 중.
DHL을 통해 제품을 왕창 보내면 중국, 싱가포르에서도 당연히 걸리지만, 그래도 제품 6개 미만, 판매용 제품이 아닌 것들이 잡힌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태국은 이보다도 훨씬 빡빡하다. 제품 샘플 1개만 보내도 걸리고, 매장에 걸릴 모델 비주얼 인쇄본 1장만 보내도 걸린다. 세관에 걸리면, 이게 얼마나 값어치가 없는 것인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인터넷에서 해당 카테고리 중 가장 저렴한 것을 찾아 들이밀어야만 해결이 되는 수준이다.
이번주는 내내 우리 매장에 들어갈 인테리어 집기, VMD 집기, VMD 아크릴 샘플, 제품 통관과 씨름을 했고 내일도 할 예정이다(불행히도).
특히나 매장 오픈일정이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 세관에서 시간이 잡아먹히면 매우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매일밤 잠들기 전 기도를 한다.
내일은 부디 아무 일 없이 통관되게 해 주세요
아무래도 태국은 세금이 모자란게 맞는듯
"죄송합니다만,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요"
마지막으로 힘든 것은 법인과 본사 유관부서 사이에 있다 보니, 내가 전문성이 없는 업무를 설명하고 지원해야 할 때이다. 한국어로도 모르는 업무를 영어로 설명을 하고 일을 진행을 시키려니, 답답하기도 하고 확신도 없다.
최근에는 특히 디자인 관련 업무가 그렇다. 캐드와 도면이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는 내가..(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드로잉 파일과 플로우 플랜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상황이 아찔하기만 하다.
문제는 내가 열심히 영어로 중간다리 역할을 해도, 현지 디자인 업체 담당들이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내 의도가 100% 전달이 안된다는 데에 있다. 그러면 나는 이제 영어가 되는 태국 디자인 담당자에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해서, 태국어로 업체 담당자에게 전달을 하게 해야 하는데, 내가 전문성이 없는 일에 대해, 하물며 몇 다리를 거쳐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왜곡 없이 전해질지가 의문인 것이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이번 기회에 MT-02, MT-01, SP-01이 재료의 명칭인 것을 알게 된 것 정도? 디자인 용어에 대해 많이 배우는 요즘이다.